문장웹진(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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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단편소설] 톨게이트
그는 몇 년 뒤 단편영화를 하나 찍었고, 그해 티브이에서 방송되는 영화제에서 최우수 단편영화상을 수상했다. 문리대로 올라가는 길에, 그가 속해 있던 중앙 동아리의 이름으로 축하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나는 아홉 시 수업에 늦어 걸음을 재촉하다 그 플래카드를 보았고, 그날 수업에 들어가지 않았다. 얼마 뒤 나는 교육 시간을 다 채우고, 장내기능검정에 응시해서 합격했다. 남은 건 도로주행 교육 열 시간과 검정뿐이었다. 그 무렵 이미 학교는 2학기 개강을 했고, 나는 교육 시간을 오후로 잡았다. 사실 그녀와 완전히 헤어지고 나서도 계속해서 나는 그녀의 삐삐에 음성을 남겼다. 회사로 전화도 몇 번 걸었지만, 매번 다른 직원이 받았고 나는 슬그머니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나는 먼저 그날 화를 냈던 것에 대해 사과했다. 하지만 화가 났던 이유에 대해서는 너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제 와서는 상관없는 일이 되어버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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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단편소설] 캐치볼
《문학동네》 2015년 신인상 단편소설 부문으로 등단. 《문장웹진 2016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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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단편소설] 웨딩드레스 44
[단편소설] 웨딩드레스 44 정세랑 그 드레스는 2013년 7월, 캐나다 데이 세일 기간에 밴쿠버의 작은 창고에서 픽업되어 한국으로 수입되었다. 디자이너 드레스이긴 하지만 신인 디자이너의 드레스라 할인 폭이 컸다. 택에 붙은 가격은 만 오천 달러, 최종 할인가는 삼천 오백 달러였다. 사이즈는 4. 하지만 살짝 크게 나온 데다가 코르셋 조임으로 조절할 수 있어서 55에서 77까지 입었다. 1 드레스는 한참을 선택받지 못했다. 화려하지 않은, 기하학적인 선의 드레스였다. 수제 레이스도 비즈나 세퀸도 없어서 마치 종이접기로 만든 것처럼 보였다. 샵에서 괜히 들여왔나, 하고 후회를 할 즈음 첫 번째 여자가 그 드레스를 골랐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드레스를 입고 나올 때 특수효과 넣어 주잖아요. 갑자기 더 예뻐 보이게. 그거 거짓말인 거 알고 있었지만 정말 아무 효과 없네. 그냥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