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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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폐교 - 빙하기 외 1편
아이들이 돌아간 교정에서 붓꽃 잎에 편지를 쓰곤 했다 나도 내 어린 자식들이 보고 싶었다 저녁에 숙직실에서 혼자 라면을 끓이다가 육상부 종운이를 불러 나누어 먹곤 했다 종운이는 아버지가 없어도 씩씩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공장으로 갔던 계집애들은 애기 엄마가 되었고 보일러실에서 일하거나 중국을 드나들며 장사를 하는 남자애들도 삼십대 중반이 되었다 강마을 아이들 그 애들과 글쓰기 공부를 하던 자리에도 휘적휘적 바람만 남아 있을 뿐 풀잎에 맺힌 이슬 같던 아이들 그 아이들의 때 묻지 않은 글을 모아 책을 내기도 했건만 세상의 곳곳이 폐허로 바뀌는 동안 학교도 무너져 어디론가 떠나 버리고 발끝을 적시는 찬 이슬뿐 다가와 아는 체하는 잡풀 더미뿐 아이들도 아이들과 함께했던 세월도 폐기 처분 되고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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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돌아보고 예감하다, 2012년의 문학
도종환 시인이 가진 시적 변모도 주목할 만한데, 지난번 시집부터 도종환 시는 사람들의 삶을 신화적인 상태로 상승시켜서 평등한 삶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합니다. 자칫하면 도종환 시인이 현실주의적 면모만 파고들어가는 그런 시세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게 아니라 인간 일반의 보편적인 차원으로서의 신화적 세계, 모든 인간들의 삶이 가질 수 있는 신화적인 상징성을 찾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정한용 시인의 시집 『유령들』은 심보선 시인이 가지고 있는 시적인 정치성과 정한용 시인이 가지고 있는 시적인 정치성을 잘 대비시켜 보여주는 시집입니다. 정한용 시인의 시집은 이십 세기 들어와서 인간들이 자행한 온갖 학살을 다 모아 놓은 시집입니다. 학살을 모아 놓다 보니까 소재 자체가 정치적인데, 우리 선배들이 가지고 있던 시적인 정치성이 이런 것이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