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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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이름값’에 대한 보고서
이런저런 궁리 끝에 얼마 전 『인생낭독』이란 제목의 책을 한 권 펴냈다. 말하자면, 4년 반 동안 낭독 무대를 채웠던 잊지 못할 구절들과 뒷얘기를 기록한 것이다. 낭독의 울림을 입체적으로 만들었던 무대 사진과 함께 육성으로 마음의 무늬를 전했던 주인공들의 에필로그도 함께. 준비하는 동안, 긴 여운을 남겼던 각계각층의 주인공들과 오랜만에 통화를 했다. 출판 동의를 구하는 절차상의 이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기대치를 넘어 깊은 울림을 전했던 그들의 일상이 여전할까? 하는 궁금증도 컸다. 거절의 미학(美學) “ 아? 네 벌써 200회나 됐나요? 축하합니다.” “ 제 글을요? 아유……많은 사람들에게 낭독할 기회를 주는 건데 승낙하고 말고가 어딨습니까? 책 나오면 꼭 한 권 보내주세요!” 특별했던 낭독 무대의 추억을 되살리며 대부분 흔쾌히 출판에 동의를 해 주었고, 더러는 10년 20년 장수하라는 부담스런(?) 격려 인사까지 곁들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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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문학특!기자단]팀 볼러에서 한유주까지
◈ 『코니 라이온 하트』 시리즈의 저자 줄리아 골딩 이어서 무대로 올라온 줄리아 골딩의 첫 마디는 “죄송하지만 한 가지 안 좋은 소식을 먼저 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여기 오기 직전, 팀에게서 한국어를 배웠어요”라며 팀 볼러와 마찬가지로 서투른 한국어 솜씨를 선보였다. 객석에는 소소한 웃음이 퍼졌다. 마술이 현실이라면 어떻게 될까? 몇 마디 사소한 인사말을 이은 후 줄리아 골딩 역시 자신의 대표작인 ‘코니 라이온 하트(이하 ‘코니’)’ 시리즈의 부분을 직접 낭독해 보였다. 팀 볼러의 낭독이 『리버 보이』의 풋풋하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를 잘 드러냈다면, 줄리아 골딩의 낭독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코니’ 시리즈답게 난롯가에서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편안했다. 어린 코니가 ‘독수리 아이’의 도움을 받아 ‘폭풍새’의 벗이 되는 대목이었는데, 어린이용이라 쉽고 직설적으로 표현된 이야기 속에 현실적인 암시가 담겨 있는 점이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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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탈출마술사 코니 킴의 생애
다만, 혹시 나의 아버지 어니스트 셰필드 씨, 아니 마술사 코니 킴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지 몰라 그에게는 마지막이 되고 만 공연에 대해 짤막하게나마 전해 드릴까 한다. 그날의 공연은 확실히 이상한 데가 있었다. 무대는 시종일관 대낮처럼 밝아서 붉게 일어선 흰자위의 실핏줄까지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그 무대에서 아버지는 어두워야만 가능한 모든 마술을 감쪽같이 해치웠다. 사람들은 쉰두 장의 카드가 쉰두 송이의 장미로 변하는 걸 보고 감탄을 터뜨렸고, 쉰두 송이의 장미가 쉰두 개비의 담배가 되어 허공에 걸린 대형 담뱃갑 속으로 차곡차곡 들어가는 것을 보았을 때는 신음 소리를 내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