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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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커버스토리 12월호 채만식 문학관
낮은 책상은 그의 곁에 붙어 앉아 “레디메이드 인생이 비로소 겨우 임자를 만나 팔렸구나.” 같은 자조적인 문장을 받아 적었을 것이다. 검은 펜이 “아따, 돈!” 하고 내리그으면 그 밑에 깔려 있던 원고지가 “고생을 낙으로, 그놈 쓰라린 맛을 씹고 씹고 하면서 그것에서 단맛을 알아내는 사람도 있느니라.” 받아쳤을 것이다. 그렇게 수런거리는 시간들을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본다. 문학관이란 그런 곳이니까. 우리가 더듬어 읽고 상상해 낸 모든 것들이 조명 아래 전시된 자료들과 더불어 채만식이라는 인물을 완성해 내는 곳이니까. 채만식, 그는 「레디메이드 인생」(1934), 「치숙」(1938), 『탁류』(1937~1938), 『태평천하』(1938)가 때로 그의 이름을 대신한다. 290여 편에 이르는 채만식의 작품들은 식민치하의 시대상과 혼란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서민들은 궁핍한 삶만큼 편협하게 졸아든 사고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지식인은 끝없이 고뇌하되 무기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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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소설 소설 없는 소설
나는 내 혓바닥 아래에 손가락을 넣어 지퍼를 쭉 내렸다. 12) “이건 너무 레디메이드 아니야? 소설이 레고 블록도 아니고.” 토머스 트웨이츠가 말했다. 그는 ‘토스터 프로젝트’ 이후에 슬럼프에 빠졌고 그래서 우울하다고 말했는데, 내가 쓴 소설에 대해 악평을 하는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감돌고 있었다. “레고 블록 같은 레디메이드 소설을 쓰려고 했으니까 그렇지. 원래 창조는 기존의 것을 새롭게 배치하는 데서 나오는 거야.” “으음. 패러디든 패스티시든, 그런 건 이제 낡았어.” 나는 토머스 트웨이츠의 말이 좀 짜증스러웠다. “리얼리즘은 더 낡았는데 왜 뭐라고 안 해?” “그거야 뭐….” 나는 토머스 트웨이츠와 더 이상 입씨름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가 저런 말을 하는 이유를 알았기 때문이다. 토머스 트웨이츠는 아직도 토스터 프로젝트의 성공에 도취되어 있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