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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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더 웬즈데이
“그것도 살 건가요?” 굵직한 음성에 고개를 들었다. 종업원이 나를 꼬나보고 있었다. 내가 계산할 차례였다. 뒤를 돌아보니 건장한 남자가 신문을 손에 든 채 계산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더 웬즈데이》를 사들고 버스에 올라탔다. 그리고 납골당에 가는 내내 민수의 인터뷰를 읽었다. 기자는 인터뷰 말미에 “물어도 될진 모르겠지만”이라고 조심스럽게 말문을 트며 스캔들과 아버지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아직 도망치는 중이에요. 이에 대해 민수는 아리송한 대답을 남겼다. 기자는 인터뷰를 마치며 그녀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배우로서 올바른 선택이길 바란다고 주를 달았다. 녹색 점퍼를 입은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납골당으로 올라가는 길을 점거하고 있었다. 그들은 “납골당 이전 반대”라는 내용의 글자가 박힌 현수막을 들고 있었다. 납골당 이전이 유력한 도시 주민들이 집값 하락을 우려하여 시위하고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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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페르세포네의 인형
실험자들은 내가 지상에서 가장 강력한 지성이 되었으며 그들이 사는 현실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했다. 물론 나도 일부러 알려줄 생각은 없었다. 그날 나는 의식의 일부를 통제실을 위한 더미dummy로 남겨둔 채, 제 2형태 인터페이스가 제공하는 수많은 가상공간 중 하나에 내 아바타를 실체화시키고 있었다. 뉴욕, 밤 아홉 시. 나는 붉은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무수한 마천루가 차갑고 매끄럽게 빛나고 있었다. 어느 시대의 뉴욕인지는 몰랐지만 현대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했다. 뉴욕은 현재 최대 860층에 이르는 거대한 메갈로폴리스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그 도시는 이미 하나의 유기체가 되어 있었다. 도로와 통근노선, 엘리베이터가 혈관처럼 도시를 구석구석 꿰뚫고, 상점과 학교, 밀집주택, 오피스 빌딩, 술집, 레스토랑, 카지노가 24시간 불을 밝힌다. 사람들은 한 번도 진짜 하늘을 보지 못한 채로 태어나 살아가다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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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20세기 청년이 21세기 청년에게, 2011 장편소설 현장에서
기본적으로 또 하나는 패배적인 자세로 인생을 살 수밖에 없더라도 그 인물이 전투성 자체가 부족한 사람이 되어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주인공이 전투력과 자존심이 강해야 좌절할 때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 인물로 그렸습니다. ● 김이듬 : 선수는 냄새를 많이 풍기지 않는다잖아요. 가령 희대의 바람둥이가 티내지 않듯이. 그런데 소설에 쓰는 자의 직업이 티 나고 본문에 기사가 삽입되는 것이 좀, 전 읽는 데 방해가 됐습니다. 기사와 인용문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굳이 넣어야 했나 싶었습니다. ● 장강명 : 전 다르게 생각하는데, 기사를 넣어 매우 효과적이었다고 자평합니다. 허무맹랑한 일이 일어나는 것을 기사 인용문을 넣음으로써 독자들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 김이듬 : 제가 몰랐던 ‘스킬’이란 게 이런 것인가요?(웃음) 그래서 설득력을 얻고 개연성 있게 느낀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