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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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더 웬즈데이
후문에 의하면 폐렴에 걸려 죽을 때까지 마르크스 붐의 귓가에는 볼링공이 굴러가는 이명이 들렸다고 한다. 가족에게 버림받은 채 요양원에서 쓸쓸히 죽어갔다지. 머리맡에 찬란한 시절의 트로피를 놓은 채 말이다. 마르크스 붐은 내가 일하는 볼링장 출입구에도 걸려 있다. 리옹 대회 결승 당시 사진이었다. 전광판에는 마르크스 붐과 앤디 로저의 이름이 쓰여 있었다. 마르크스 붐이 전년도 챔피언 앤디 로저와 십 프레임까지 동점을 이루고 있던 순간이었다. 마르크스 붐은 무표정한 얼굴로 레인을 등지고 서 있었다. 레인 위에는 마르크스 붐의 공이 굴러가고 있었다. 원경으로 흐릿하게 보이는 관중들은 환호성을 지르는 것처럼 양손을 치켜들고 있었다. 잠시 후 마르크스 붐은 스트라이크를 기록해 앤디 로저를 역전하게 된다. 승부를 결정짓는 순간이라 흥분할 법도 한데 귀마개를 착용해서 그런지 몰라도 마르크스 붐은 동요하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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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제5회] ‘조반니 아리기’를 발견하기 위한 책 구입 여정
이 책에서 가라타니 고진은 마르크스가 쓴 『루이 보나파르트 브뤼메르 18일』을 역사의 반복을 파악한 하나의 전형으로 보면서, 이를 실마리로 삼아 자기 나름으로 특히 1930년대 일본 파시즘이 어떻게 과거 일본의 역사를 반복하고 있는가를 일본의 실제 정치 과정뿐만 아니라 당시 발간된 일본의 여러 소설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이에 나는 ‘음, 마르크스가 쓴 『루이 보나파르트 브뤼메르 18일』도 세심하게 읽어보아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인터넷을 뒤진다. 찾기가 쉽지 않다. 결국 그냥 『역사와 반복』만 읽고 만다. 그러던 중, 친우들과 모여 매월 정기적으로 여는 지난 2월의 세미나에서 일본 사상에 정통한 김동기 선생이 「애덤 스미스의 도덕철학사상」이라는 제목의 발제를 했다. 그때 함께 참여한 중국 사상에 정통한 황희경 선생이, “조반니 아리기라는 이탈리아 학자가 『베이징의 애덤 스미스』를 쓴 게 있는데, 제대로 한번 읽어봐야 할 것 같습디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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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강연록] 이성의 등뼈
마르크스는 이런 종류의 우상숭배를 물신주의(物神主義)라고 부르고, 이처럼 수단을 목적으로 또는 외관을 사물 자체로 잘못 판단하는 허위의식을 이데올로기(ideology)로 규정했습니다. 마르크스는 자신이 체계화한 이데올로기 비판을 모든 집단 이데올로기에 적용하지 않고 오직 부르주아 이데올로기를 공격하는 수단으로만 제한적으로 사용한 까닭에 자신의 이데올로기론을 학문적 방법론으로 구축하지 못했다.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실상만 인식하다는 사상 역시 하나의 이데올로기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독일의 사회학자 카를 만하임(K. Mannheim)은 이데올로기 비판은 모든 사상의 진면목을 밝히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리고 이를 경계하면서 인간성 회복을 외쳤지요. 이 같은 마르크스의 경고는 오늘날 소비주의 이데올로기의 노예가 되어 죽어라 일하고 죽어라 소비하는 우리들에게도 커다란 경종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