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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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모과와 과테말라 외 1편
모과는 당신을 담갔어 닮았어 잎사귀에 올렸어 모든 원주민이 장을 보는 정각에서 모과를 부르며 목을 키워요 정수리로 뚜껑을 밀어 과테말라의 햇빛을 본 적 있나요 흔들리는 목을 잡으며 비대칭이 되는 나를 본 적 있나요 굴러가는 모과는 잘 말린 화요일을 기억나게 했고 성호를 그으려는 당신의 손등을 기념해요 모과 속에서 모과 밖으로 건너가는 발들은 아름다워요 모든 소리가 밝아지는 도화지처럼 당신의 둘레를 감고 기다리죠 양쪽으로 갈라지는 혀끝과 불투명한 고백을 좋아했나요 빗물이 가득 찬 선인장으로 당신의 정수리를 내리칠 때 모과의 깜깜함은 사라져요 모과에게 출구란 없어요 모과에게 창문이란 없어요 모과의 목소리가 찾아와 당신은 과테말라의 날씨를 기억하나요 사랑했나요 저주했나요 원주민들이 장화를 신고 동쪽 사원으로 걸어갈 때까지 모과를 맡았고 또 모과를 삼켰어 모과의 목소리가 찾아와 갈라진 혀로 부르는 노래를 들어 봐요 목장도 있고 휘파람도 있고 바다도 멀지 않고 밤이면 음악회가 될 수 있는데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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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아동청소년문학 여우 나팔
“그런데 네 목소리가 어떻게 그렇게 커진 거냐?” 새끼 호랑이는 엄마 호랑이의 질문에 싱긋 웃으며 말했습니다. “다, 미우 덕분이에요. 미우가 소리를 키워 주는 나팔로 변신을 해서 제 소원도 들어주고, 엄마도 찾게 해 주었어요.” 새끼 호랑이의 말을 듣고 엄마 호랑이는 미우에게 고맙다는 눈짓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호랑이 가족은 자신들이 살던 숲으로 돌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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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아동청소년문학 등이 간질간질
경쾌한 솔 음에 맞춰져 있는 지혜의 목소리가 옆에서 들렸다. 오늘따라 지혜의 경쾌한 솔 음이 손이 닿지 않는 등을 간질이는 것처럼 거슬렸다. 나는 속으로 대답했다. 뭐가. 하나도 기대되지 않아. 짜증 나. 토끼처럼 하얗고 보송보송한 카디건을 입은 지혜가 왼쪽으로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얄미워. 나도 모르게 입에서 툭, 터져 나왔다. 나는 얼른 두 손으로 입을 가렸다. 입이 간질간질, 등이 간질간질거렸다. 공연은 문어 아가씨를 짝사랑하는 자라가 문어 아가씨의 아름다운 가발을 만들기 위해 토끼 가죽과 털을 구하러 가는 이야기였다. 실내는 어둡고, 음악은 잔잔하고 아랫배는 살살 아프고, 으슬으슬 춥고 눈꺼풀은 내려앉았다. 지혜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 어떡해, 사냥꾼이 나타났어. 도망쳐야 해. 토끼야, 자라야, 도망쳐. 지혜의 다급한 목소리, 아이들의 애타는 목소리가 귓가에서 부서졌다. “도전, 최도전!” 나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