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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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스스로 외딴 사원*이며 그곳으로 가는 젖은 길인, 詩人
문인수 한 일곱, 여덟 편 정도는 됩니다. 이선우 한 권이 통째 번역된 것은 아니고요? 문인수 네. 그런 건 아닙니다. 나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번역된 것들도 따로 모아뒀다든지 따로 컴퓨터에 저장이 돼 있다든지 그러질 못합니다. 잡지에 번역돼서 발표된 대로 있고. 이선우 세계를 향해서 내 시를 번역해보겠다 이런 야심 같은 것은…? 문인수 (웃음) 그런 엄청난, 혹은 재미없는, 얘들 말로 웃기는 생각은 못해봤습니다. 이선우 처음부터 세계를 겨냥해서 번역이 잘 되는 작품을 써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문인수 아이구, 몰라요. 그 내용에 관해서 같이 이야기를 해보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네요. 이선우 저도 사실은, 그렇게 번역을 염두에 두고 시를 쓰게 되면 과연 시에 우리 말결이 잘 살아날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문인수 네. 금방 들은 이야기입니다만, 그렇게 써서 제대로 쓸 수 있을까 의문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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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수 한 일곱, 여덟 편 정도는 됩니다. 이선우 한 권이 통째 번역된 것은 아니고요? 문인수 네. 그런 건 아닙니다. 나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번역된 것들도 따로 모아뒀다든지 따로 컴퓨터에 저장이 돼 있다든지 그러질 못합니다. 잡지에 번역돼서 발표된 대로 있고. 이선우 세계를 향해서 내 시를 번역해보겠다 이런 야심 같은 것은…? 문인수 (웃음) 그런 엄청난, 혹은 재미없는, 얘들 말로 웃기는 생각은 못해봤습니다. 이선우 처음부터 세계를 겨냥해서 번역이 잘 되는 작품을 써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문인수 아이구, 몰라요. 그 내용에 관해서 같이 이야기를 해보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네요. 이선우 저도 사실은, 그렇게 번역을 염두에 두고 시를 쓰게 되면 과연 시에 우리 말결이 잘 살아날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문인수 네. 금방 들은 이야기입니다만, 그렇게 써서 제대로 쓸 수 있을까 의문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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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보살의 주름진 손과 참혹한 속(俗)
소멸의 감수성과 보살의 언어 문인수와 정지아는 시와 소설이라는 장르적 차이도 있지만 세대적 차이 또한 만만치 않다. 그러나 그들의 문학적 감수성은 소멸이라는 뚜렷한 공통점을 지니고 있는데, 이는 문인수와 정지아의 작품을 동일한 프레임으로 바라볼 수 있는 적절한 관점을 제공한다. 문인수는 마흔의 나이로 등단하여 이제 환갑을 훌쩍 넘긴 서정 시인이고 정지아는 ‘파르티잔’(빨치산)의 딸이자 수배자로서 80년대를 거쳐 온 소설가라는 점에서 그 접점을 찾기란 쉽지 않아 보이겠지만, 이들의 작품은 소멸의 한 지점을 통과하여 다시 삶의 핍진한 현장으로 되돌아옴으로써 ‘보살’의 성(聖)과 삶의 속(俗)을 동시에 체현하는 언어로 합일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08 올해의 시·소설’로 문인수의 『배꼽』(2008)과 정지아의 『봄빛』(2008)이 선정된 것이 우연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다. 고백컨대 문인수와 정지아의 작품은 읽는 이를 압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