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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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란이 만난 사람⑬]- ‘유진 목공소’, 윤대오 목수 많이 배웠다 손 얼굴보다 손에 더 신경을 쓰는 편이다. 밤새 원고를 쓰고 난 후에는 내 손으로 내 손을 쓰다듬으며 수고했다, 말하기도 하고 핸드로션 같은 것도 자주 바르고 손톱 소제도 열심히 한다. 이런 말은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나는 내 육체 중에서 눈과 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읽을 수 없게 되거나 쓸 수 없게 된다는 상상은, 그 상상만으로도 너무나 끔찍하고 가혹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사람을 만나면 맨 먼저 보게 되는 것도 눈, 그다음에는 자연스럽게 손이다.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손, 턱을 괸 손, 술잔을 잡는 손, 제스처를 하는 손, 벌린 손, 오므린 손, 뭔가를 자꾸 가리키려고 하는 손, 그리고 눈에 띄고 싶어 하지 않는 손, 숨는 손. 그 손들을 통해서 어떤 이는 일종의 몸짓의 언어 같은 것을 발견하기도 할 것이다. 나는 그저 그 손들에게서 풍기는 아우라를 본다. 그게 그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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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2022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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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두기 조경란 모른다고도 잘 안다고도 말할 수 없는 사람이 재서에게 생겼다. 미용은 평소에 충동적으로 물건을 사는 편은 아니지만 며칠 전에는 검은색 복면을 주문했다고 말했다. 손님이 텔레비전을 틀어 달라고 해서 채널을 돌리다가 여자 주인공이 눈과 입만 빼고 얼굴을 다 가리는 복면을 쓰곤 인질처럼 잡고 있던 아이들을 어떤 단체에서 구출해 내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그게 멋있어 보이기도 한 데다 주인공이 쓴 검정 니트 복면이 그 순간 못 견디게 갖고 싶었다고. 재서는 그 말을 하는 미용을 처음 보는 눈으로 봤다. 성인 여성 평균 키에서도 한참 모자라고 목소리도 작고 앳되며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수줍어하는 마흔아홉 살의 미용. 그녀와 검은색 복면은 아무래도 연결이 되지 않았다. 숨 쉬는 데 편하고 시야도 가리지 않는데요. 미용은 에코백에서 검은색 복면을 꺼내더니 무릎에 올려놓고 반듯하게 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