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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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건축가, 빈자의 미학 혹은 혁명을 꿈꾸는 사람
선생님에게는 ‘빈자(貧者)의 미학’이란 건축 철학이 있습니다. 선생님의 건축 세계에서 이것은 무엇입니까? = ‘빈자의 미학’은 제가 김수근의 건축에서 빠져나오게 되는 화두가 되는데요. 15년 이상을 김수근 건축에 있었으니, 이제 ‘승효상 건축’을 위해서 고민하다가 “아, 나는 이렇게 건축을 하겠다.” 해서 나왔죠. 그런데 이것은 사실 김수근 건축에 입문하기 전에 제가 교육받은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제가 15년 동안 김수근 문하에 있으면서 잊었던 것이죠. ‘빈자의 미학’은 우리가 사는 방법에 관한 얘기예요. 가난한 사람을 위한 건축이 아니라, 가난할 줄 아는 건축에 대한 이야기죠. 불신이 팽배한 이 사회에 대해서는 잘 맞는 것이고, 제 나름대로라도, 제 스스로라도 지키기 위한 하나의 틀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 ‘빈자의 미학’이라는 틀을 1992년도에 선언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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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로망스 미학과 새로운 ‘합일’을 희구하는 낭만적 주체의 언어
시인에게 틀과 형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 예술은 현실을 담아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재현된 미학적인 것은 객관적 이상에 따라 창출된 결과물일 뿐이다. 시인은 의식에 앞서 발현되는 본유의 속성인 목소리와 몸짓, 속성을 읽어내야 한다. 그것이 의식 속에 스며들고 사유를 전율케 해야 한다. 그것은 익숙해진 관념과 통념에 자연과 사물을 내부에 가두지 않고 그들 스스로가 넘치게 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1800년 Wordsworth가 Lyrical Ballads의 서문(The Preface)으로 첨가한 로망스 시의 정의와 목적은 오늘날 ‘신(新) 낭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What is Po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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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십대 여성 재현, 가시화의 정치와 비가시화의 미학
십대 여성 재현, 가시화의 정치와 비가시화의 미학 양근애 1. 소녀는 없다 이경미 감독의 영화 〈비밀은 없다〉가 개봉한 시점은 2016년 6월이었다. 우연으로 보이지만 결코 우연일 수 없는 이 공교로운 겹침은 많은 것을 말해 준다. 2016년 5월 17일에 일어난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의 사회적 변화 속에서 더는 숨죽이고 있지 않겠다는 여성들의 움직임이, 이 미리 만들어진 영화의 개봉과 함께 일렁였기 때문이다. 정치 스릴러처럼 보였던 이 영화는 ‘The Truth Beneath’라는 영어 제목처럼 진실 아래를 헤집어 주체와 대상의 자리를 뒤집는다. 딸의 실종과 관련된 정치인 부부의 추적으로 보였던 영화의 스토리가 십대 여성, 그것도 여중생의 파괴적이고 기이한 행동으로 전환되면서 전에 없던 세계를 펼쳐 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