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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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소설 아파트 열전
노인회장은 노민영이 현재까지 입주민을 상대로 한 고소를 취하하면 생각해 보겠다고 했고, 나는 아파트 게시판에 한 달간 반성문 게시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는 내용과 이런 일이 반복되었을 때의 배상금을 명시한 공증서와 경로당에 가서 노인회장에게 사과하고 입주민에게 사과하면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조정위원회는 다음 주까지 모든 서류를 준비하고 조건들을 만족시킨 결과를 가지고 오라고 노민영에게 말했다. 노민영은 약속을 지켰고, 조정위원들에게 매달려 변호사 비용도 감면하게 해 달라고 애원했다. 그 태도가 정말 이해가 가지 않아서 나는 멀뚱히 쳐다만 보고 있었다.  ̄잠은 잘 자겠어요. 노민영하고 원수지지 않고 공증까지 받아 놨으니… 동대표들과 전임 회장, 전임 동대표들은 난리 나겠네요. 잡은 고기 놓쳤다고 두고두고 저한테 욕을 할 거고. 관리실 직원들은 짜증 낼까요? 노민영이 사무실 오는 일은 없을 테니까 안심은 하겠죠. 내 말에 노인회장은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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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아직도, 그러나 보석(保釋) 없는 유민의 시(詩)
민영 저희들이 찾아오면 내가 이런 이야기 다해주지. 신용목 다음에도 좋은 말씀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늘 바쁘신데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민영 아니야, 그런 이야기는 안 해도 돼. 《문장 웹진/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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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소설 귀가
그러다 어느 날엔 민영이 당분간 떨어져 지내자고, 생각할 시간을 갖자고 말했다. 내가 그러자고 대답하지도 않았는데 민영은 이튿날 짐을 싸서 친구네 집으로 가버렸다. 현관을 나서면서는 가급적 연락을 자제하자고, 무엇이 우리에게 더 나은 선택인지 신중하고 치열하게 고민해 보자고 말했다. 민영 없이 혼자 지내는 동안 나는 냉장고에 붙여 놓은 생활 수칙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겉옷과 속옷을 분리해서 세탁하고 배달 음식도 시켜 먹지 않았다. 그러는 것만으로 우리의 문제가 자연히 해결될 거라고 믿은 건 아니었으나, 가장 중요한 것 없이도 그런대로 남들처럼 살 수 있다는 걸 스스로에게 납득시키고 싶었다. 그러나 그 주 금요일의 분리수거 당번이 민영이라는 사실을 떠올렸을 때, 참아 왔던 감정이 터져버리고 말았다. 나는 식탁에 엎드려 오래도록 울었다. 아니구나, 안 되는구나. 민영도 그 사실을 알고 있는지 묻고 싶었으나 민영은 내 전화도 메시지도 받지 않았다. 내가 아는 민영은 그런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