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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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굉장히 저항적인 돼지가 좋아 (제1회)
굉장히 저항적인 돼지가 좋아(제1회) 박금산 낮에는수영하고 저녁에는농구하고 밤에는연애편지쓰고. 그렇다고 학교에 안간것은아니고. 주중에는 등교하고 레슨받고. 주말에는 돼지를먹고 닭을먹고 소를먹고. 그렇다고 생선을 안먹은것은아니고. 닭과 소를 합하면 돼지가 되고. 육류소비량의 통계표에 의하면 그렇고. 겨울에는 농구보고 봄이되면 야구보고. 물가낮은나라에서 보냈던 십대. 대학생이되어돌아왔다. 그런데. 나는더이상학생이아닐수도있다. 그래도. 과제는해야한다. 학점을따야 한다. 법원에서결정해주면 계속학생일수있다. 재판이열릴 때까지학교에는나가지않는다. 당분간. 잡녀르색희. 아버지입에서나오는 이 말은 무슨외국어같다. 색희. 기집애 이름같다. 그런데 누나는……. 집을 나갔다. 어머니는운다. 하루에몇차례. 나는말한다. 엄마 그런다고해결될문제가아냐. 아버지가말한다. 저 자식은 집도 안 나가고. 뒷말은줄인다. 집도 안나가고어쩐다ㄴ`ㄴ 말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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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굉장히 저항적인 돼지가 좋아(제3회_마지막회)
굉장히 저항적인 돼지가 좋아(제3회_마지막회) 박금산 녀석은 떠났다. 경찰관을졸졸 따라갔다. 가자는대로가고, 타라는대로타는 녀석한테서 난동부릴 객기가 어디서 나왔는지. 속된말로돌아버려서 국화를어떻게폭행했는지. 경찰차 두 대가 내려다보였다. 녀석을태운차가 떠났다. 경광등이시각적으로 만들어준 안정감 덕에 국화를 고즈넉히바라볼수있게되었다. 저 애를 데리고 어디로 가나. 함께 어디로 가면 좋을까. 집이전부였다. 집으로가자. 누나한테맡기는게 좋을 거다. 가방을 국화 손에 들려주었다. 나가자고말하려던 순간이었다. 여경이 말했다. “일단 저희 차로 가시죠.” 국화가나를보았다. 내게의지하는가엾은 국화. 살짝 흥분되었다. 내가권능을가진사내가 아닌데. 어쩌겠는가. 여경의 말을 따르자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여경이 앞장섰다. 계단을 내려갔다. 경찰차에서 엔진소리가 들려왔다. 조수석에는 나이든 경찰관이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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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굉장히 저항적인 돼지가 좋아 (제2회)
굉장히 저항적인 돼지가 좋아(제2회) 박금산 누군가는무언가를누군가에게사정하고 누군가는누군가에게말귀를못알아들은척딴전을피우는데 그것이진정한 거절이다. 안된다고하면 안되는것으로받아들여야한다. 학과사무실에서는. 어리숙한애들은 그걸모른다. 신입생은 특히 그런다. 한애가 칸막이를붙잡고 변경 어쩌고저쩌고하면서 조교에게 매달리고 있었다. 출석이거나 장학금이거나 서류제출 문제였을 테지. 나는나의가녀린처지를몰랐기에 속으로비아냥거렸다. 딱하다딱해 비굴하게뭘그러냐. 애송아 안되는건안되는거야. 안쓰러워하며 농구공을튕겼다. 플로어가 울리도록 뻥 뻥 소리 나게 쳐주어야 하는데 실내라 조신하게 컨트롤했다. 슛을 하려면 스텝을 크게 가져가 줘야 공간이 만들어진다. 방금 체육관에서 연습했던 동작을 떠올렸다. 조교가고개를홱돌렸다. 사무실에서드리블을때리는 너는뭐야? 하는 눈치로 째려보다가, 자기가용건이있어서 부른 학생임을알고 자세를바꾸었다. 진정하기위해침을몇모금 삼켰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