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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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강가의 나무 - 입춘대길 外
강가의 나무 박기동 나는 그냥 서 있다. 주소지를 떠나본 적 없다. 강물 쪽으로 내 몸이 기울어가는 것은 네가 물 위로 한번 지나간 적 있어서다. 오늘도 나는 그냥 서 있다. 바람 불어 내 잎이라도 하나 네게 떨구어, 정확하게 네 가슴에 떨구어 흐르도록 해야겠다. 너는 끝내 다시 오지 않을 것이고 나는 끝끝내 뿌리를 옮기지 않을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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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입춘대길 外
박기동 입춘대길 봄내*에서 한 십 년 살다보면 물에서 나는 냄새를 거부할 수가 없다 안개는 안개인데, 손잡을 데 마땅치 않은, 가령 가는 명주실이라든가 살얼음판에 나선 바람이라든가 더 이상 앞으로 가기 어려운 이곳은 안개밀집지역이라 해야 하나 지워지지 않는 위수지역이라고 해야 하나 내 생에 이런 계엄령 따위가 해제될 수 있을까 영 넘어 양양에서 사는 시인의 시집을 읽었다 『어느 농사꾼의 별에서』 나는 그 별에서 소년으로 살았다!는 어린 시절을 완강하게 붙들어 놓은 시인에게 전화라도 한통 해야겠다 봄내에서 한 이십 년 살다보면 물에서 올라오는 삼월이 소식을 듣지 않을 수 없다 얼음 깨고 올라오는 복수초는 제주도나 대관령으로부터가 아니라 몇 년 시 못 쓰고 살아온 나 같은 불령시인에게도 안으로부터 참지 못하고 터져 나오는 삼월이 소식을 들어야 한다 *봄내(春川) 강가의 나무 나는 그냥 서 있다. 주소지를 떠나본 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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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시·시조 「합창」외 6편
합창 박기동 일제히 모은 입이 닫히지 않는다 저마다 목을 내민 하나같은 발성법에 바다를 들인 산길은 시끄러운 계절 할 말이 없어지면 없는 말 만들어서 다 하고 없을 때는 했던 말 또 하는 입술이 그린 원형은 황태들의 화법이다 떼를 지어 내미는 그들만의 창법 역시 동그란 입짓대로 발음하고 따라 불러 덕장을 가득 채운 O와 O의 집합들은 가장 잘 들리는 잡담으로 남았다 녹다가 다시 얼다 동해물 다 말려서 열어 둔 채 굳어 가는 서로는 둘레를 구하는 원의 형식 더러는 거품 같은 헛소리도 영원을 발음하니 못 다문 입버릇엔 완창이란 말이 없다 그저 어디서나 어울리는 화음으로 미시령 고음부를 쉴새 없이 넘나드는 삼사조의 운율 따라 도달한 삼한사온 비탈에 울려 퍼지는 눈보라를 따라간다 말라서 굳어 가는 혼잣말도 함께 한다 비행紀 계단을 애용하는 다이어트 의지는 적정량 초과치로 진땀을 소비한다 덕분에 승강기보다 쥐라기에 먼저 갔으나 줄어든 먹이를 찾아 오른 등마루였다 늘어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