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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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열아홉살의 동네야구
박상 비의 수압이 몹시 과격한 날이었다. 아파트 창밖으로 죽죽 그어지고 있는 비를 보고 있으니 집에 있는 건지 잠수정에 타고 있는 건지 구분이 안 갔다. 부모님이 한 날 한 시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이런 일도 버젓이 일어날 수도 있는 걸 보니 인생이란 장르가 개판인 거다. 유일한 친척인 삼촌이 내가 살 아파트를 구해 주고 어려운 일을 돌봐준다. 그는 간혹 와서 내가 혼자 술 마시고 있으면 패지만, 나쁜 어른은 아니다. 나를 도와주니까. 하지만 나는 열아홉 살이기 때문에 텅 빈 아파트에서 간혹 운다. 스무 살만 되었어도 안 울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비라도 오면 흠뻑 적셔지고 찢어진다. 하지만 나는 열아홉이니까 금방 또 단단히 합체되기도 한다. 아직은 완전히 절망해 버린다든지, 나약하게 ‘쫄아서’ 비실거리기 싫기 때문이다. 이 터무니없이 넓은 32평 아파트에 혼자 살게 된 사연은 두 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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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연애왕 C
《문장 웹진/2008년 5월호》 * 박상 소설 「치통 락소년 꽃나무」에서 인용 ** 박상 소설 「홈런왕B」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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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빙하기 프리버드
빙하기 프리버드 박상 ‘이러다 미치는 것 아닐까.’ 눈을 뜬 범준은 침대 모서리에 걸터앉아 한숨을 내쉬었다. 한숨에서 진하고 역겨운 술 냄새가 피어 나왔다. 미간에 주름이 절로 잡혔다. ‘어제 또 미친 사람처럼 마시고 말았구나. 이래서야 미치지 않았다고 할 면목이 없겠어.’ 그때 무언가가 꼬리를 세우고 그의 발 앞을 스쳐갔다. 범준의 집에 함께 사는 고양이였다. “안녀엉?” 고양이가 말했다. 딱 사람의 언어로 들렸다. 범준은 깜짝 놀랐다. ‘고양이가 하는 말이 들리다니. 나는 이미 미친 걸까.’ 고양이는 뺨에 손을 대고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범준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럴 리가 없어. 범준은 잠시 후 눈을 가늘게 뜨고 고양이에게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정말 네가 말했니?” “찌르릉 술 냄새!” “아아. 정말 고양이가 말을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