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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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어떤 귀소 外 1편
걸핏하면 잘 울었다는 저 박용래의 어느 시에서처럼. 탈북 하여 떠돌다 아버지 병들어 죽고 모친 있는 고향으로나 돌아가야 한다고 보채다 밤사이 인사도 없이 떠나다, 꽃제비여! 연해주의 모든 길을 허리띠에 묶고 질질 끌면서 마침내는 어머니에게로 갈 까마귀 같은 아이. 연해주의 찬 하늘에 가족 잃은 설움을 밀어두고야 짓무른 꿈을 베갯잇에 적시는 노인. 아리랑은 유형(流刑)의 노래던가. 고려인 장사치가 치켜다본 새벽하늘엔 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민 둥근 달이 세상의 모든 어머니가 눈부신 흰 머리로 짜낸 정안수 그릇으로 아슴하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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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시는 쓰이기 전에 결정된다
작고한 시인 중에 ‘진짜 시인’은 한용운, 김소월, 윤동주, 이상, 김수영, 그리고 조금 성격이 다르면서 과소평가되었던 천상병, 박용래, 김종삼 등의 시인들이 있습니다. 이선영 : 저에게는 한때 시인 아닌 사람은 마치 다른 인종인 것처럼 보이던 때가 있었습니다. 시인과 인간, 그 분기점은 어디라고 생각하십니까? 예를 들면 이상(李箱) 같은 경우는 시인으로서는 탁월했지만 개인적으로 현실에서는 무능한 인간이었는데 같은 맥락에서 천상병, 서정주 등의 시인들도 인간적으로는 불행했거나 한때 과오를 범하기도 했던 분들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현종 : 시인이라고 해서 잘못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 일제 시대의 이야기는 그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당의 경우도 자서전에서 용서를 빌었습니다. 특별하게 그것을 지적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고백을 했고 용서를 빌었으면 용서해야 합니다. 우리가 그때에 살았더라면 어떠했을까 생각합니다. 더 적극적으로 친일한 경우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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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매혹의 지도를 그리는 방법
등단 전에는 김수영, 김종삼, 정현종, 황동규, 박용래 등의 시집을 즐겨 읽었어요. 그분들의 시집을 오랫동안 끼고 다녔어요. 아마 그분들이 모두 저에게 조금씩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봅니다. 돌아보면 막막하고 캄캄했던 시절이었습니다. Q. 『매혹의 지도』 이후 시풍이 급변했습니다. 오랫동안 천착해 온 시세계, 특히 스타일 등을 바꾸는 일이 쉽지 않았을 텐데요, 『매혹의 지도』 이전과 이후를 구분해서 어떤 변화의 계기가 있었는지 좀 들려주십시오. A.『매혹의 지도』 이전에 나온 시집이 『살바도르 달리풍의 낮달』인데 두 시집은 많은 차이가 납니다. 두 시집을 비교하여 읽어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확연한 차이를 느끼실 겁니다. 현실추수적 관점에서 보시는 분들은 수용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겠지만 제가 가고자 하는 길은 최소한 다른 시인들이 걸어가지 않은 길이기 때문입니다. 남들이 걸어간 길을 다시 걷는 것은 재미도 없고 별 의미도 없다고 생각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