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476)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6> "탈경계시대, 하지만 우리 마음 속 국경은... ..."
“그게 진실일까 의문이었고, 이 이국의 여자 앞에서 자신을 어떤 식으로든 포장하고 싶다는 욕망을 떨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국경선에 대한 공포감 이후 일본인 나오꼬와 한국인 박은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데, 그런 와중에도 박은 타국인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싶다는 야릇한 욕망을 느낍니다. 그 욕망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바로 “자신이 한국인이고 그들이 일본인이라는 사실을 의식하고 있었다.”처럼 스스로를 국가와 동일시하는 태도입니다.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국경선 바깥에서 외국인은 곧 외국과 동일하게 인식된다는 것을. 외국에 나가면 한국인 모두가 국가 대표가 된다는 말이 농담은 아닌 듯합니다. 우리 역시 외국인을 대할 때 그를 한 개인으로 대면하기보다는 그 사람의 국적으로 이해하니까요. 그것이 바로 “개인과 국가가 모호해지면서 혼재하는 경험”입니다. 이것은 비단 박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2014년 AYAF 선정작가 좌담회] 젊은 작가, 그들이 사는 세상
저는 서른 살에 등단했는데 이른 나이에 등단했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그렇다고 늦은 나이는 아닌, 그러니까 평균적인 나이에 등단했는데 그 과정이 좀 혹독했거든요. 여기 계신 박성준 시인과 같은 시기는 아니지만(저는 유병록 시인과 박성준 시인 사이 세대인데 제가 백일장에 나갔을 당시에는 춘추전국시대처럼 딱히 어떤 분이 유명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 문학특기자를 준비했다가 실패했죠. 입시에 재도전했는데도 실패했어요. 그래서 저는 제가 왜 안 되었을까 진지하게 고민해야 했습니다. 제가 중고등학교 때 읽은 책은 주로 서양 고전이었어요. 글을 쓰게 된 계기도 도스토예프스키에 감명 받아서였거든요. 그에 비해 현대 소설이나 시, 특히 한국 문학을 제대로 읽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는 생각에 신춘문예 당선 작품집을 찾아서 읽거나 주변에 시 쓰는 애들이 읽는 한국 시집을 두서없이 찾아서 읽었죠. 그렇게 20대 초반을 보냈는데 그때 대학을 두 번 옮겼어요.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책방곡곡 춘천 서툰책방 1편 ―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은 날에 ‘꽈배기의 멋’
누군가는 실제로 어딘가로 떠났을 테고, 또 누군가는 영화를 봤을 테고, 누군가는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현실의 문제에서 조금 떠나 있었을 것이다. 나는 책으로 도망쳤다. 늘 그렇듯 책은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문제나 고민에 대한 정답을 내려 주지 않았다. 다만 책을 읽을 때만큼, 그만큼은 도망치고 싶은 것에서 숨을 수 있었다. 답답한 현실과 수많은 걱정은 책을 읽는 순간 잠시 가려졌다. 내 세계는 책 속의 세계로 잠시 동안 대체되었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 중 하나였다. 이번 책 〈꽈배기의 멋〉을 함께 읽으면서 독서 멤버 분들이 도망치고 싶은 것에서 책으로 힘껏 도망치기를 바랐다. 그곳에서는 또 다른 무언가를 발견할지도 모르니. * 우디 앨런과 〈꽈배기의 멋〉 정승희 : 오늘 저희는 꽈배기를 하나씩 먹으면서 시작하는데요, 〈꽈배기의 멋〉 어떻게 보셨나요? 한주석 : 기대 없이 읽었는데 생각보다 즐거웠습니다. 꽈배기 맛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