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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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공모마당 연간 최우수상 수상작]소설_박진 뇌 미장원
박진. 박진이 직접 펌하고 컬러까지 다 해줬어. 응? 돈들인 거에 비하면 별로. 응. 하잘것없는 얘기가 조곤조곤 길게 이어졌다. 통화를 마친 그녀가 자리로 돌아왔다. 나의 시선이 무심코 그녀의 머리로 향했다. 풍부한 갈색 톤의 머리가 부드럽게 휘어지며 내려오다 어깨 위에서 찰랑댔다. 발렌타인과 비슷한 느낌의 머리 스타일이었다. 경찰 쪽이 무마가 잘 돼서 다행입니다. 술이 몇 잔 돌았을 때 강천수가 말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어려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쉽게 풀렸습니다. 석인구가 강천수에게 건배를 제의했다. 다 교감선생님께서 도와주신 덕분입니다. 학교 쪽은 걱정 마세요. 우리가 다 잘 처리를 했으니까요. 그렇게 말하고 강천수는 내 쪽을 흘깃 봤다. 그렇지, 윤 선생?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여튼 민석이 그놈 새끼 땜에 내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던 조현준이 혀를 찼다. 안도감이 섞인 탄식이었다. 강천수가 그의 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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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중편연재] 목성에선 피가 더 붉어진다①
가돌리늄은 처음부터 총으로 어븀을 죽일 수 있었는데 칼싸움을 벌였고, 칼싸움이 박진감 있게 보이도록 제 솜씨를 전부 다 발휘하지 않았으며, 언제든지 칼을 던지면 상대를 죽일 수 있는데도 마지막 순간까지 참았다. 시청자 게시판에도 나와 같은 의견을 올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가돌리늄에 열광했다. “저 대담함! 승부근성! 과시욕! 가돌리늄이야말로 아스타틴이다!” 사람들은 외쳤다. 아스타틴 이사회가 17년 만의 살인사건을 ‘범인 없는 살인’으로 규정한 뒤에 우리 형제들 간에는 전쟁이 벌어졌다. 그 싸움을 일리아스에 비유하는 사람도 있었고, 보르지아 가문의 유혈극에 빗대는 사람도 있었다. 글쎄? 내가 보기에는 TV 예능프로그램의 무규칙 서바이벌 쇼에 더 가까웠다. 아스타틴 이사회에 올라온 살인사건의 개요는 이러했다. 소행성대에서 희소 광물을 채굴하던 엔지니어 두 명이 가스 누출 사고로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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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돌아보고 예감하다, 2012년의 문학
. ■■■ 박진 : 로기완의 캐릭터는 저에게도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그런데 저는 이 소설이 전체적으로 볼 때 ‘탈북자 이야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저는 이 소설을 탈북자 문제보다는 윤주와 ‘나’의 관계를 해결하는 이야기이자 그 과정에서 글쓰기의 문제를 탐색하는 소설로 읽었습니다. 결국 그 이야기에 탈북자 로기완이 동원된 것이고, 로기완을 통해 ‘나’가 죄의식을 벗어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거든요. ■■■ 박수연 : 그렇게도 읽을 수 있겠네요. ■■■ 박진 : 그렇게 보았을 때는 좀 안일하거나 불편한 점이 있었지만, 역시 로기완 캐릭터에 집중한다면 신선하고 매력적인 면이 많은 소설이었습니다. ■■■ 조강석 : 본격적 추리소설 형식은 아니지만 무언가의 흔적을 추적해 가며 그의 삶을 재구성하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그 자체가 상당히 흥미로웠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