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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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우린 이제 겨우 열여섯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니네 포장마차야?” 내가 묻자 윤후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내 눈은 쳐다보지 못했다. 그때 윤후랑 똑같이 생긴, 30년 후쯤의 윤후라고 생각하면 딱 맞을 것 같은 남자가 다가오더니 윤후에게서 주걱을 받아들었다. 윤후 아버지라는 걸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윤후가 소개하기 전에 얼른 내 이름을 말하며 인사했다. 윤후 아버지가 환하게 웃었다. “은성이라, 예쁜 이름이구나. 떡볶이 좀 먹을래?” 벌써 접시를 꺼내 드는 윤후 아버지를 향해 손까지 내저으며 괜찮다고 말했다. 곧 친구를 만날 거라고, 친구 만나면 배터지게 먹을 거니까 미리 배 채우면 안 된다고. 내 말이 웃겼는지 윤후 아버지가 웃음을 터뜨렸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좀 더 교양 있게 사양할 걸, 후회가 밀려들었다. “난…… 가 봐야 하는데.” 내 눈치를 보며 윤후가 말했다. “어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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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이 생의 접도(蜨道)를 따라서, 이생(異生)의 접도(接道)를 위하여
끝으로 윤후명의 ‘여행하는 인간’은 소위 탈 국가적 상상력이 강조하는 무차별적 다양성이나 극단적 상대주의적 관점을 경계한 의식적 소산이라는 점을 언급할 필요가 있다. 개인의 삶은 매끈한 지구본(global)의 퍼즐 조각처럼 완전한 하나(one)를 이루는 부분들이 아니다. ‘나’의 삶은 완전하게 닫히지 않는 세계(world) 속에 거하지만, 동시에 그 삶의 단 한 장면이 세계 전체를 능가하기 때문이다. 지구적 자본주의와 세속적 지구화(globalization)가 묻지 않는 것은 인간의 덧없는 기억(「나비의 소녀」)이고 소멸하는 것들의 행방(「새의 말을 듣다」)이다. ‘고도성장’에 대한 비판적 입장이 소설 속 곳곳에서 발견되지만,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이런 소박한 고백이다. “사랑하지 않으면 멸종하지요.” 그리고 그 고백을 향해 “자신을 숨김없이 깡그리 맡기고 싶”은 작가적 욕망이다. 윤후명은 “우리의 삶이란 만남과 헤어짐을 나란히 놓는 과정”(273면)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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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미(美)라는 성지를 찾아가는 순례
윤후명 나이 탓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예전에는 혼자 했던 방황의 경험을 기록으로 남겨야 되겠다라고 생각했는데요. 이제는 삶의 전체의 모습을 더 생각하게 돼요. 그때는 전체의 모습이 아니라 젊음의 방황을 중요하게 여겼고 또 그것 자체가 삶이라고 봐서 그런 부분들을 많이 썼어요. 최근에는 종합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고 있는데 그런 때가 온 것이라고 봐요. 종합이라는 것은 나 혼자만의 문제를 생각하는 게 아니라 내가 속한 사회를 다 합쳐서 그 속에 있는 나의 문제를 밝히는 거잖아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몰라도 아마 당분간은 이런 문제에 좀 더 관심이 머물러 있을 것 같아요. 이제는 젊은 날의 방황을 그리워할 수도 없을 것 같고, 자멸파 운운하면서 험하고 어려운 터널을 지나온 것은 사실이고 그 기록 또한 내 기록이지만 이제는 뭔가 아름다운 완성 쪽으로, 물론 완성이 뭔가는 모르지만 그쪽을 기웃거려 봐야 한다는 의식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아마 이렇게 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