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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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이너넷질’로 살펴본 요즈음의 한국미술계
백지숙 인터넷 웹사이트 중에서 미술계 소식이 가장 자주 업그레이드되는 곳은 아무래도 www.daljin.com이다. 최근 일간지 및 주간지의 미술계 기사를 묶음으로 찾아보는 데 있어 이 달진닷컴만큼 편리한 사이트가 없는데, 특히 중앙일보처럼 네이버나 야후에서 기사 검색이 안되는 경우는 이곳이 아주 쓸모가 있다. 그래서 전시를 기획한 사람들이 홍보에 유독 신경을 쓸 때는 기자간담회를 하고, 전시를 오픈하고, 전시가 진행되는 그 사이사이, 하루에도 열 두 번씩 이 사이트를 방문하게 된다. 하지만 요 며칠 사이 달진닷컴 뉴스란의 투데이스 탑은 특정 전시에 관한 기사들이 아니라 이중섭 작품에 관한 진위 논쟁 기사들이 차지하고 있다. 외국의 유명한 작품치고 모조품이 없는 것이 없고, 위작이나 모조품을 두고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사건들이 곧잘 소설이나 영화에서 소재화되는 것을 보면, 뭐 크게 호들갑을 떨 일이 아닐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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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우리들의 마감시간
그 시절 나는 모니터 위에 백칠십 개, 어쩌면 천칠백 개쯤 되는 무지개를 그렸을 것이다. - 저번 주에 우연히 승철이 만났어. 새우깡 먹는 게 뭐 그리 재밌는지 까악, 거리는 커플을 바라보며 매기가 다시 얘기를 꺼냈다. 승철이는 우리와 같이 학보사에 들어온 동기였다. 군대를 핑계로 학보사에서 나가기는 했지만. 그 승철이가 제대한 모양이었다. 매기는 승철이를 좋아했었다. 나중에 안 얘기지만 매기는 같은 과였던 승철이를 좋아해서 학보사에 지원했다. 매기가 승철이를 처음 만난 것은 그녀가 자취생활을 시작하며 향수병을 앓고 있을 때였다. 매기의 고향은 부산이었다. 우리한테 매기라고 불리게 된 것도 부산 갈매기의 갈매기에서 발음상의 편의를 위해 ‘갈’ 자가 빠지는, 다소 유치한 생성과정을 통해서였다. 본인은 그럼 영광에서 오면 굴비냐며 늘 투덜거렸다. 어쨌든 그 때 향수병을 심하게 앓던 매기는 엠티 자리에서 옆에 앉은 승철이가 소주를 따라 주며 건넨 말, 먼 데서 와서 외롭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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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소설 우는 여자, 순영
우는 여자, 순영 안지숙 순영은 버스 정류소에 서서 붉은빛이 감도는 하늘로 먼 눈길을 던졌다. 저녁노을이 지면 날씨가 맑고 아침노을이 지면 비가 내린다고 했던가. 비 오는 날이면 손가락 통증이 더 심해지지만, 비라도 좀 왔으면 싶었다. 늦봄을 적시며 내리는 비가 눈물의 마중물이 되어 줄지도 모를 일이었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눈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건 일주일 전 기장원조 칼국숫집에서였다. “남의 돈 빌려 갔으면 갚아야 할 거 아냐. 사람 먹을 음식을 만들면서 왜 사람 노릇을 안 하는 거냐고. 칼국수는커녕 컵라면 하나 못 사 먹고 있는데······.” 금전출납기 바로 앞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아 도나캐나 지껄이며 우는데, 뭔가 이상했다. 순영은 몇 차례 더 어허헝 소리를 지르다가 두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물기가 없었다. 전혀. 왜 이러지. 순영은 서너 시간 정도는 눈물을 펑펑 쏟아 가며 울 수 있는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