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3)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보들레르
[제7회 문장청소년문학상 / 우수상] 보들레르 장성호 이 감상문은 『보들레르의 수첩』(문학과지성사)을 바탕으로 썼으며, 『악의 꽃』(밝은세상)과 『파리의 우울』(민음사)을 참고로 하였다. * 방탕, 시인이자 미술평론가인 샤를 보들레르를 논할 때, 우리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단어 중 하나일 것이다. 엄청난 낭비벽과 창녀 잔 뒤발과의 오랜 애정행각 등 실제로 그의 인생은 방탕이라는 단어에 어울릴 만했다. 또한 여기서 나는 그런 사실들을 부정하지 않겠다. 다만 그의 글을 읽으면서 샤를 보들레르라는 인간에 대한 인상이 너무 방탕에만 치우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보들레르가 현대에 와서 재조명됨과 동시에 그를 조금 더 주목받게 하려는, 일부 출판사의 상업적인 선전 때문이라고 본다. 보들레르의 천재성을 부각시키는 과정에서 극적인 요소를 얻기 위해 광(狂)적인 면을 지나치게 과장시킨 것이다.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제8회_립스틱
보들레르는 아이라이너나 블러셔로 만들어가는 화장의 세계에서 종교적인 것을 보았습니다. 화장이란 타인을 유혹하여 황홀의 세계를 만들려는 의식이기 때문이지요. 흥미로운 것은 우리 시인 채호기도 여인의 입술에서 그런 종교적 황홀의 세계를 경험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렇지만 시인은 보들레르와는 다른 길을 걷습니다. 보들레르가 화장이란 매개를 거쳐서 일종의 관능성에 도달한다면, 채호기는 화장이란 매개 없이 관능성에 도달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채호기의 시는 감각적이고 관능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지독히도 관념적이고 사변적인 색채를 띠는지도 모릅니다. 시인은 입술이 “우리 얼굴에서 유일하게 껍질 없이 자기의 속을 그대로 드러내놓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합니다. 입술을 “속내가 겉으로 드러나 있는 솔직함”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마침내 채호기 시인은 키스와 관련된 해부학적 형이상학에 도달하게 됩니다.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번역의 역설
보들레르의 작품의 자동번역을 수행하기 위해 인공지능이 학습해야 하는 것은 단지 프랑스어일 뿐인가? 인공지능이 보들레르의 작품을 학습하려면 어떤 과정이 요구되는가? 번역된 보들레르의 작품을 입력해서 그 예를 반복해서 학습해야 할 것이다. 보들레르의 작품의 자동번역을 위해 번역된 보들레르의 작품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이 역설은 과연 역설인가? ‘번역된’ 시인들의 작품들을 입력하여 학습 과정을 거치면, 인공지능은 시를 관통하는 시적 보편성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인가? 보들레르 이전의 시인들의 작품을 입력하여 학습을 수행한 인공지능은 과연 보들레르의 시, 그 특수성과 고유성을 번역해 낼 수 있는가? 시를 자동으로 번역할 시의 보편적 문법이란 과연 존재하는가? 그것은 시의 정신이라 우리가 부르는 것인가? 자동번역은 아담의 언어, 그러니까 바벨이 붕괴된 이후 겪게 된 개별 언어들의 혼란을 걷어낸, 저 순수언어의 꿈을 실현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