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4)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첫 상봉
첫 상봉 김승일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그만 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육성으로 들었으면 울었을 것이다 한 집안에 종교가 둘이면 분란이 일어난다고 아버지가 화를 냈다 할머니가 아버지를 달랬다 걱정 마라 불교로 돌아올 거다 도시에서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김 바우돌리노가 한 번 갔던 도시였다 운명이었다 불교 책에서 이야기를 읽은 후로다 돌리노는 이틀에 한 번 다른 도시로 떠나는데 한 번 갔던 도시는 다시 가지 않는다 그래야 한다 도시에 도착하면 달라이 라마가 떠나 있다 강연을 하러 왔다가 어제 떠났다고 한다 그렇게 된다 스승이 두 제자에게 통나무를 반으로 자르라고 했다고 통나무가 사라질 때까지 그러라고 했다고 반으로 자르면 반이 계속 남았다고 천 년 후에 그가 와서 어떤 말을 했다고 그걸 듣고 그들이 깨달았다는 이 얘기가 정말 있는 이야기냐고 그 스승이 부처냐고 어떤 말을 했느냐고 끝에 정말 깨달았냐고 기억이 안 나 평생 동안 시달렸다고 만나서 물어봐야지 정말 있는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민들레 문학특강 참여 후기]민들레 학당
[민들레 문학특강 참여후기] 민들레 학당 표명희 (시인) 그곳은 불교 종단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시설이었다. 일제 강점기 때 지어졌다는 아담한 이층짜리 건물에 스무 명 남짓의 사람들이 생활하고 있었다. 50대는 젊은 축에 속했고 6, 70대가 대부분인 고령층의 남자 전용 시설. 그래서인지 담당인 삼십대 중반의 사회복지사는 앳돼 보일 정도였다. “여성작가님이 배정돼서 다행이에요.” 복지사가 나를 반겼다. 나 역시 ‘금녀의 집’에 발을 들여놓는다는 신선함과 긴장에 한껏 고무돼 있었다. 기대에 부푼 출발이었다. 공부할 장소는 주방이었다. 저녁을 먹고 말끔히 치우고 난 자리에 다들 모여 앉았다. 프로젝트 빔과 칠판과 교탁 대신 도마와 칼, 행주, 커다란 솥과 냉장고가 우리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숨겨진 보물 같은 책이야기]우연의 운명학
막고굴은 산비탈을 따라 뚫린 천여 개의 석굴을 말하는데, 석굴 안에는 불화 및 불상, 사원 등 찬란했던 불교 유적이 남아 있다. 석굴들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장경동(藏經洞)으로 알려진 17호 굴이다. 그곳에서 역사를 바꿔 쓸 만큼 귀중한 자료들이 극적으로 발견된다. 혜초 스님이 쓰신 『왕오천축국전』이 바로 이 굴에서 나왔다. 대체 누가, 왜 이 경전들을 숨겼을까. 「둔황」은 17호 굴에 숨은 미스터리를 작가적 상상력으로 재구성하여 쓴 소설이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대는 장경동이 봉해진, 역사적으로는 서하가 발흥하여 둔황을 점령하게 되는 송(宋)대이다. 작품은 마치 요즘 유행하는 퓨전사극처럼 사실과 허구가 뒤섞여 있을 뿐만 아니라 가상의 인물과 역사에 기록된 실재 인물이 나란히 등장한다. 혹시 생소한 시대와 낯선 지역 때문에 읽기가 주저된다면 걱정할 필요 없다. 별다른 배경지식 없이 읽을 수 있도록 작가는 서역에 대한 묘사 그리고 그 당시 정세에 대해 훌륭히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