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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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비와 바람과 숲
비와 바람과 숲 이신조 비 도시의 광장에 비가 내리고 있다. 굉장한 기세의 폭우다. 언제쯤 시작되었는지 언제쯤 그칠지 가늠해 볼 엄두조차 나지 않는 비. 무섭기까지 해서 되려 묘한 안도감을 불러일으키는 비. 그런 비가 내리고 있다. 도시가 세찬 비를 맞는다. 구석구석 흠뻑 젖어든다. 광장의 북동쪽 끝자락에 위치한 주상복합건물 로비의 한 브랜드 커피숍. 폭우가 쏟아지는 토요일 오전 11시 7분, 테이블은 대부분 비어 있다. 유리벽 가까이 구석진 자리에 두 여자가 마주 앉아 있다. F와 R, 그녀들은 사촌지간이고 오늘 4년 만에 만난 참이다. “비가 참…….” “그러게, 참.” 둘은 유리벽 너머 비가 퍼붓는 광장으로 시선을 준다. “잘 지내지?” R이 커피잔을 들어 올리며 말한다. “응, 나야 뭐.” F도 커피 잔을 들어 올리며 말한다. 2주 전 전화통화에서도 둘은 그렇게 말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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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아동청소년문학 황금 여우비
너 여우비 맞았구나!” 엄마가 홀딱 젖은 내 모습을 보고 수건을 가져왔다. “여우비요?” 나는 속으로 엄마가 뭘 아시나 싶어서 물었다. “그래. 여우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곤란한 상황에 놓이면, 비를 내려서 도와준다는 말이 있어.” 엄마가 수건으로 내 머리를 닦아 주며 말했다. 나는 엄마를 올려다봤다. 혹시 엄마가 소나무 언덕에서 내가 황금 여우를 만난 걸 알고 하는 말일까? 아니면 항상 이야기 지어내기를 좋아하는 엄마가 그냥 한번 해 보는 소리인지 헷갈렸다. 나는 소나무 언덕을 올려다봤다. 하지만 그곳에는 바람에 흔들거리는 풀과 꽃들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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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아동청소년문학 신비한 보물 숲
검은 숲에 가까워지니 아빠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떠올랐어요. 아빠는 그동안 토리 키우랴, 일하랴 바빠서 아버지의 마지막 말씀을 마음 한구석에 묻어 놓기만 했어요.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마을을 벗어나는 게 두렵기만 했어요. 그때 두두둑 두두둑 소리가 들리더니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어요. 제법 센 비에요. 숲속에 있어도 금방 몸이 젖었어요. 아빠가 손으로 어딘가를 가리키며 소리쳤어요. “저쪽으로 뛰어가자. 얼른!” 토리는 서둘러 아빠 뒤를 따라 달렸어요. 잠시 달리다 말고 아빠가 잠깐 멈춰 서더니 말했어요. “어, 방금 무슨 굴을 본 것 같아. 되돌아가 보자.” 얼마 가지 않아 커다란 나무 밑동에 파인 굴이 보였어요. “이 안에서 비를 피할 수 있겠어.” 아빠를 따라 토리도 굴속으로 들어갔어요. 몸이 으슬으슬 떨렸지만 서로 기대고 있으니 괜찮았어요. 비가 그치길 기다리다가 둘은 그만 깜빡 잠이 들고 말았어요.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