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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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시가 비평에게, 비평이 시에게
(진은영, 「비평가에게」, 『우리는 매일매일』) 결정적인 두 편만 인용했다. 이민하의 「문제작」과 진은영의 「비평가에게」이다. 이민하가 비평가(혹은 독자)의 태도를 혐오하며 비난할 때, 진은영은 부드럽게 충고한다. 모두 새겨들을 만하다. 이민하의 말처럼 간편하게 비난하거나 공격하며 권위를 내세우려는 비평도, 시가 ‘암시’하는 것을 천천히 느끼려하기보다 ‘지시’하는 것만을 성급히 읽어내려는 비평도, 박식한 이론과 세련된 취향을 뽐내기 위해 시를 해체·조립하는 비평도 우리는 숱하게 본다. 그런데 시가 보기에 꼴불견인 이 같은 비평적 태도들은 아마도 ‘히스테리자’를 대하는 ‘주인’의 곤궁에서 비롯된 경우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애초에 ‘숭배’하거나 ‘배척’하거나 두 가지 길 위에서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는 비평이, 이즈음 유독 “문제가 많아요”라며 ‘배척’의 길로 향하고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최근의 시가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난해해졌다는 이유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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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문학상 : 비평 기구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문학상의 비평적 성격 때문일 것이다. 작품은 발표한 순간 일종의 공공재로서, 해당 작품에 대한 논의가 자유롭게 이루어지기도 하며 작가는 이를 인지하고 있다. 그러니 작품에 대한 논의의 결과물로서 문학상이 운영된다면, 문학상은 비평 의식을 가지고 있는, 더불어 그 기능을 행하고 있는 거대한 비평 기구일 테다. ‘문학상’이란 문학성을 기리고 치하한다는 명목 아래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회성으로 특별한 상을 주는 것이 아니라, 1회 2회 3회 횟수를 매겨 가면서 지속적으로 운영한다는 것은 당연히 아카이빙이자 큐레이션이다. ○○문학상 수상이라는 이름으로 기억될 만한 가치가 있는 이들을 선정하여 기록하므로, 한 작품을 어떤 시대와 문학상 이념 아래 포섭하는 일이다. 큐레이션이란 콘텐츠를 분류하고 배포하는 것을 말하니, 문학상 운영을 위해서는 각 상마다 명확히 제시하고 있는 지향점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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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나는 비평가다, 고로 나는 비평한다
솔직해야 하는 만큼 부담스러운 일일 수 있으나, 비평가로서가 아닌, 오랫동안 한국 문학에 애정과 관심을 유지하고 있는 독자로서 한국 문학을 만났을 때 느꼈던 감상을 다시 한 번 깊이 있게 헤아려 보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한국 문학의 위치와 역할 그리고 그 의미를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 보려 합니다. 나는 비평가다, 고로 나는 비평한다 황현경 나는 비평가다, 고로 나는 비평한다. 내게는 이 명제 하나면 충분하다. 나만 이 명제에 충분하면 된다. 이 글은 나는 충분한지를 고민한 흔적들이다. 혹여 비평가에 대한 글일 수는 있어도 비평에 대한 글은 아니다. 두서없을지언정 솔직하게 적어 볼 참이다. 그러기로 했으니 충분히 두서없어 보이기 위해 충분히 고민해야 했다는 것을 이 글에서만큼은 밝힌다. * 비평이란 무엇인가. 자랑은 아니지만 아직도 잘 모르겠다. 두서없이 적기로 작정했으니 이런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