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2)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감옥과 사색
[작가가 읽은 책] 감옥과 사색 ─신영복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고 유종인(시인) 신영복 선생은 감옥에서 글을 썼다. 그것은 편지글, 그러니까 가장 실용적인 배후를 가진 문장이지만, 거기엔 짙은 인문학적 사유와 실존의 부대낌이 배어 있다. 어찌 아니 그러할 수 있을까만, 거기엔 영어(囹圄)의 몸이 정신과 영혼에 가하는 고통의 현실을 넘어서는 사유의 길 찾기가 한 겹 더 드리워져 있다.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갇히게 된 잡범(雜犯)들 속에서 혹은 비전향장기수 같은 시국사범이나 사형수(死刑囚) 같은 중범죄인들 속에서 그는 극명한 여러 삶의 도처(到處)들이 한데 모인 곳이 감옥임을 새삼 깨달았을 터이다. 장장 20년 20일의 복역은 저 ‘사회’로 나아갈 수 없는 실존적 자아를 함양하고 오히려 키워내는 방편의 글쓰기를 얼러내기도 했다. 그것은 이곳보다 더 극한의 시공간이 없으며, 여기보다 더 궁벽한 변방이 없다는 사실의 끝에서 그는 사람을 보았을 것이다.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용산, 2009년 겨울’, 통증의 연금술-이영광의 「아픈 천국」(『아픈 천국』, 창비, 2010)
사색(死色)이란 진실 된 것이다. 아픈 어미가 그러했듯 내 가슴에도 창백한 그 화석 다발이 괴어 있어, 오그라들고 까무러치면서도 한 잎 두 잎 쉼 없이 꺼내 써 마침내 두려움 없는 한 장만을 남길 것이다. 이 골짜기에는 돌연이었을 건축들 위로 출렁이는 구름 전함들이 은빛 닻을 부리고 한 호흡 고른다. 깨뜨리고 싶은 열투성이의 의식 불명을 짚고 일어나 멀고 높은 곳에 불현듯 마음을 걸어 두는 오후. 저 허공은 한 번쯤 폭발하거나 크게 부서지기 위해 언 몸 가득 다시 청색의 피톨들을 끌어 모으는 중이지만, 전운이란 끝내는 피할 수 없다는 것, 다만 무성한 속절의 나날에 대하여 나는 괴로워했으므로 다 나았다, 라고 말할 순 없을까.살 것도 못 살 것도 같은 통증의 세계관 가지고 저 팽팽한 창밖 걸어가면 닿을까, 닿을 것이다, 닿을 수 있을 것이다, 환청처럼 야위는 하늘의 먼빛.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북소리처럼 마음을 울리는 소설의 목소리
고요한 독서, 사색, 나만의 정적인 시간. 반면 ‘축제’ 하면 떠오르는 건 수많은 사람들이 내뿜는 활력, 떠들썩함, 생기 가득한 분위기. 각각 연상되는 것만 보더라도 책과 축제는 마치 물과 기름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둘이 합쳐지면 어떻게 될까? 지금은 아니지만 어릴 때 나는 ‘책’의 이미지를 훨씬 더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조용한 게 좋았고 ‘축제’의 활기는 소음으로 느껴져서 그다지 즐기지 않았다. 그럼에도 일부러 찾아가는 축제들이 있었다. 책과 관련된 축제였다. 합정-홍대 거리에서 진행되는 서울와우북페스티벌, 파주출판도시에서 열리는 파주북소리축제, 그리고 축제는 아니지만 코엑스에서 열리는 서울국제도서전. 나는 이 세 행사를 2013년부터 다녔다. 아쉬웠는지 2013년 팸플릿을 스크랩북에 간직 중이었다 그중 다시 가보고 싶은 축제는 단연 파주북소리축제였다. 나머지 두 행사는 최근에도 다녀왔는데 파주북소리축제는 2013년에 잠깐 들른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