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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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독자모임 - 한국 소설의 새로운 생태계
정홍수 : 예, 오늘 이야기 나눈 소설 세 편은 어떤 식으로든 한국 소설의 외부, 바깥을 향한 새로운 화법과 상상력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생각거리를 주는 것 같습니다. 구병모 씨의 작품은 한국 소설을 둘러싼 새로운 윤리 의식, 새로운 매체 환경에 대한 질문을 통해 그 외부를 이야기하고 있고, 여성민 씨와 김태용 씨의 작품은 소설의 화법이나 언어에서 한국 소설의 상상적 영토를 재정의하려 하고 있습니다. 오늘 수고들 많았습니다. 《문장웹진 2017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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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프롤로그] 사물의 의미를 낯설게 보아야만 하는 이유
“인간의 모든 향상은 편협한 해석들의 극복을 수반한다는 점; 힘의 강화나 증가는 새로운 관점들을 열어 놓고, 새로운 지평들을 믿게 한다는 점. 이런 생각이 나의 저작들을 관통하고 있다.” 어렵지 않게 이해될 겁니다. 니체가 말한 새로운 관점이나 새로운 지평은 우리의 삶을 유쾌하게 만드는 새로운 의미 체계라는 것을 말이지요. 이 글을 보고 있는 여러분은 어떤 분이신가요? 불가능한 것을 추구하는 문학의 길을 걸어가려고 하나요? 아니면 새로운 관점과 지평을 창조하려는 철학의 길을 가려고 하나요? 어쨌든 저는 여러분이 기존의 의미 체계를 벗어나서 새로운 의미 체계를 창조하려는 열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사물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이란 제목으로 제가 쓰고자 하는 글은 여러분에게 작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사물의 의미를 때로는 낯설게, 때로는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글이 전개될 테니까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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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바위 하기
그뿐 아니라 한번도 써본 적 없는 용어인 빌레이, 슬랩, 크랙, 홀더, 피치, 트래버스, 리딩(선등), 후등, 페이스, 오버행 등등의 새로운 낱말을 외우는 거였다. 이 새로운 물건들의 경험과 이 새로운 언어의 경험은 어린아이들의 신기함 그것과 같았다. 막 던져진 새 장난감의 기쁨, 막 배우기 시작한 말의 기쁨은 바로 어린아이의 신기함 그것이었다. 또 다 죽어 들어가는 목소리였던 내가 출발! 완료! 낙자! 낙석! 등의 말을 고함치느라 그동안 목소리가 커진 것도 소득이며 감흥이었다. 처음 밟아보는 그 숱한 산길과 능선. 암릉, 암봉을 걷고 만지고 기고 끌어안고 냄새 맡았던 경험은 감각을 살아나게 했다. 한 발짝 오를 때마다 풍경은 신세계처럼 펼쳐지는 것이었으니 비가 와도 좋았고 바람 몰아쳐도 좋았다. 손이 시려도, 춥고 추워도, 먹을 시간 없어 속이 비어도 바위에 붙어 있는 동안은 아무런 생각이 없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