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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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5> 서울, 도시, 디스토피아 … …
한국문학에서 엿보이는 ‘서울’의 표정 “길./눈물에 저진 포석로(鋪石路) - 서울의 마음/바람도 업시 나붓기는 점두(店頭)의 기(旗)·기(旗)·기(旗)/열병에 걸닌 사람처럼 달음질 하는 차(車)·차(車)·차(車)·차(車)·차(車)/매연 - 하얀 스카아트/자욱한 연애의 분말…(중략)…쇼윈도에 밤마다 푸른꿈을 맷는 샨데리아 Marubiru Baron 공작 - 카페의 홍수./오오 길에 허터진 시네마 광고지와 공산당대검거를/보(報)하는 신문지……” *사진 위는 배우 김혜수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모던보이'속 1930년대 경성 거리 풍경 김화산의 시 「사월도상소견(四月途上所見)」(《별건곤》1930년 6월)의 한 부분입니다. 유명한 아나키스트였던 그의 눈에도 자본주의적 근대성으로 물든 1930년대의 경성은 이미 단순한 도시 이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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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아이 틴더 유
아트시네마가 어디 붙어 있는지도 모르고 영화라고는 마블 영화밖에 본 게 없어서 길게 대화를 나누다 보면 공허해졌지만, 농담을 잘하고 가벼운 게 좋았다. 잭의 원룸에서 자고 온 날, 호와 동네 단골 식당에서 카레라이스를 먹었다. 평소처럼 가릴 것 없이 잭의 몸이 나쁘지 않았다고 수다를 떨었는데, 잭과 사귈 거냐고 호가 물어서 나는 그냥 캐주얼한 관계라고 했다. “왜 나랑은 캐주얼한 관계를 안 하는 건데?” 갑작스러운 호의 물음에 나는 약간 당황해서 둘러댔다. “우리는 한 번 해프닝이 있었으니까. 다시 그러면 안 될 거 같은데……. 그리고 너는 함부로 만지면 안 될 것 같고 막 그래.” “아닌데! 나 정말 맘대로 만져도 되는데!” 호는 쿨한 사람들의 클럽에 자기도 입장시켜 달라는 듯이 안달했다. 그렇다고 호가 내게 다가오거나 하지는 않았다. 어쩌다 내 원룸 자취방에 야식을 먹으러 와도 호가 끈적하게 구는 일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