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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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창조하지 마라, 연결하라 - 두번째
[연재 에세이] 사고하지 마라, 반응하라창조하지 마라, 연결하라 - 두번째 - 함성호 (그림_1) (그림_2) 위 그림은 전 회에 얘기한 모두율의 효율적인 사용을 보여주는 예입니다. 서로 떨어져 있는 경기장 관람석은 하나의 모두율입니다. 오른쪽 그림은 이 모두율을 확대한 것입니다. 이 모두율이 합쳐져 거대한 경기장을 이루지요. 경기장을 만드는 사람들은 마치 콘베이어벨트를 미끄러져 가는 것처럼 경기장을 조립만 하면 됩니다. 생산의 효율성, 그것이 지금 이처럼 거대한 설득력을 가진 것은 아마 거기에도 이런 아름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의미일 겁니다. 이탈리아의 롬바르디아 평원의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는 이 경기장은 아름답습니다. 자연과 어우러진 수학적 모두율이 우리에게 미적 쾌감을 줍니다. (그림_3) 이것은 천지창조를 하는 신의 모습입니다. 신이 콤파스를 들고 우주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우주의 건축가로서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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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원피스인문학 ― 호킨스, 도플라밍고, 슈거, 핸콕과 ‘능동성/수동성’
실제로 돈키호테 패밀리의 간부들(도플라밍고의 부하들)은 이런 능동성/수동성의 역설을 체현하고 있다. 돈키호테는 천룡인이면서도 스스로 세계 귀족의 자리에서 내려온 아버지 때문에 천민 취급을 받았다. 그는 살부(殺父)를 저질러 귀족의 지위를 회복하고자 했으나 세계정부는 이를 거절했다. 베르고는 해적 패밀리의 간부로 잔혹한 성격을 갖고 있으면서도 자애로운 해군 중장으로 위장했다. 최고 간부 피카는 대지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암석인간으로 나라만 한 크기로 몸을 부풀릴 수 있는 거한이지만 가냘픈 하이소프라노 톤의 목소리를 갖고 있어서 말할 때마다 부하와 적들에게 비웃음을 산다. 베이비5는 온몸을 무기로 바꿀 수 있는 무기무기 열매 능력자이지만, “네가 필요해”라는 말 한 마디에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주고 빚더미 위에 올라앉은 순정파다. 디아만테는 펄럭펄럭 열매를 먹은 깃발인간으로 강철과 같은 강도를 가진 무기를 깃발처럼 유연한 것으로 바꿔서 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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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중편연재] 목성에선 피가 더 붉어진다②
가니메데와 칼리스토에 지구와 흡사한 생태계를 조성한 아스타틴은 목성권에 지구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고 정돈된 사회를 건설하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지구로부터 유능한 이민자들을 가려 받았다. 거기까지는 아는 내용이다. 내가 몰랐던 건, 아니 다른 사람들도 모두 몰랐던 건, 아스타틴이 결혼을 계획했다는 사실이다. 그는 자신에게 어울리는 최고의 배우자를 설계할 생각을 했다. 그는 창조주와 아담의 역할을 동시에 할 참이었다. 그는 비밀리에 이오에 연구소를 차리고 ‘이브’를 제조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자기 자신의 유전 정보를 바탕으로 인간을 하나 만든 다음, 그 인간의 성별, 외모, 성격, 지성을 꼼꼼히 바꾸고 가다듬고 조율했다. 톨륨과 내가 에오스를 보고 한눈에 사랑에 빠진 것도 당연하다. 그녀는 아스타틴이 현실 세계에 구현한 이상형이었고, 우리는 아스타틴의 그림자들이었으니까. 아스타틴 본인도 에오스를 보고 사랑에 빠졌다. 그녀는 아름답고 고결했으며 지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