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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소설 소설 없는 소설
그러나 그것은 오귀스트 콩트의 말과는 다르게 사회학이 만학의 제왕이어서가 아니라 근본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근본이 없기로 따지자면 소설도 비슷한 처지이지 않나. 사회학과 소설은 모두 근대에 태동한 신생 분과로 철학이나 시와 비교하면 정통성이 현저히 떨어져서, 유연함을 무기로 그러나 영토를 넓히는 것에 혈안이 되어 아무 데나 깃발을 꽂을 수밖에 없다. 다른 분과 학문이 먹고 남긴 찌꺼기에 사회학은 친절히 다가가 경제사회학, 정치사회학, 문화사회학, 과학사회학이라는 이름표를 붙여 준다. 그리고 그 이름표는 맹랑하게도 경제학과 정치학과 문화와 과학의 성과를 평가할 권한을 사회학이 가지는 것을 가능케 한다. 소설의 경우, 소설이라는 장르 자체가 잡설로 뭉뚱그려질 수 있는 데다가 여러 가지 형식 실험들이 무수히 이루어진 결과로, 시로 쓴 소설, 에세이 소설, 서간체 소설, 르포르타주 소설, 논문 형식의 소설 등 아무 데나 소설이라는 이름표를 붙여도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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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소설의 바깥, 바깥의 소설
소설의 바깥, 바깥의 소설 강동호 예술은 스스로를 상실한 자, ‘나’라고 더 이상 말할 수 없는 자, 세계의 진리를 상실한 자, 추방에 처해진 자의 상황을 보여준다. -모리스 블랑쇼- 1. 소설의 품격에 미달하기 때문이 아니라, ‘소설적인 것’의 과잉으로 소설이라 부르길 주저케 되는 소설들이 있다. 여기서 ‘소설적인 것’이란 소설을 구성하는 데 필요한 정형적인 요소들, 이른바 인물, 사건, 배경과 무관하다. 일전에 롤랑 바르트는 자신의 글쓰기를 소설과 구별하기 위해 ‘소설적인 것’이라고 지칭하며, 이를 “삶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것에 대해 메모하고 투자하며 관심을 보이는 방식”이라 정의한바 있다. 이 정의에 따르면 글쓴이의 사유와 욕망의 요체가 적당히 맞춤한 형식과 결합하여 하나의 이야기로 거듭날 때, 비로소 우리는 그 완성형의 글쓰기를 두고 소설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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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 김갑용 1990년생.2016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 등단. 《문장웹진 2022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