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702)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총체성보다는 다성성으로서의 장편소설-박형서, 『새벽의 나나』(문학과지성사, 2010)
루카치의 장편소설론을 읽고 머릿속에 남는 말은 ‘자신의 영혼을 증명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라는 뜻의 문장과 ‘총체성’이라는 개념인데, 우선 영혼을 증명하기 위한 여행이 반드시 장편소설을 통해서만 형상화가 가능하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한국소설이 지나치게 단편소설 위주로 편성되어 있다는 진단은 여러 차례 이루어진 바 있지만, 그 말은 곧 한국에서는 장편소설이 담당해야 할 몫이 어느 정도까지는 단편소설에 의해 보완되었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는 없을까? 체계적인 이해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아무튼 외국의 단편소설이 삶의 단편(斷片)을 포착하는 데 치중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데 비한다면, 한국의 단편소설은 비교적 복잡하고 보다 심층적인 사회 구조까지 다루려는 경향이 뚜렷한 것처럼 보인다.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2010년대 결산특집 연속 좌담ㆍⅠ ― 단편소설 부문
소설집이라는 건 결국 2년에서 4년가량 꾸준히 써온 단편소설 예닐곱 개 정도를 묶어서 나오는 형태가 보편적인데, 그 작품집 안에 완벽한 작품만 다 실려 있을 가능성은 사실 낮죠. 또 그중에서 내가 정말 좋아하는 작품이 있는 반면에 어떤 작품은 그렇게 와 닿지는 않는 작품도 있을 거고요. 장편소설이나 시집의 경우엔 그 단행본 자체가 가지고 있는 가치를 생각하면 크게 무리가 없는데, 단편집의 경우에는 각자의 판단이 다 다를 거라서 좀 더 고려해 봐야 할 게 있는 거 같기도 해요. 그렇잖아도 비슷한 질문을 제가 생각했었거든요. 다들 단편소설로 등단하셨고 첫 책도 단편소설집이 될 가능성이 클 텐데, 단행본 한 권으로서의 완성도와 개별 작품으로서의 완성도 두 가지 중 어떤 쪽에 조금 더 중점과 가치를 두시는지 궁금해요. 물론 모든 단편이 다 주옥같고 그걸 다 모은 책 한 권이 굉장히 훌륭하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그 두 가지를 다 갖추기란 쉽지 않은 일이죠.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소설, 자본주의를 그리다
▶ 고봉준 : 장편과 단편의 차이에서 기인한 것일 수도 있지만 단편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개 고유성이 사라진 느낌이 들었어요. 인물들이 이니셜 또는 번호로 표기되는 경우도 많고요. 장편과 단편을 비교할 때 인물의 호칭이나 이름을 부여하는 방식이 확연히 달라지는 것은 왜 그런 걸까요? ▶ 서유미 : 단편을 쓰면서 느낀 것 중 하나가, 장편에는 여성 화자를 즐겨 쓰는데, 단편에는 남성 화자가 주로 많이 등장한다는 것이었어요. 단편과 장편이 어떻게 다를까? 같은 이야기인데, 분량의 차이는 분명히 아닌데, 이건 저처럼 장편으로 등단한 작가들이 가지는 기본적인 고민인 것 같아요. 단편이 틀이 좀 확고하게 정해져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이야기를 꽉 짜다 보니깐 인물이 하나의 부속품처럼 느껴지고, 하려는 이야기 안에서 인물에게 깊이 들어가지지 않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