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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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비평 헤어짐을 짓지 않기로
한계치를 초과한 폭력을 영화로 재현하지 않겠다는 인선의 고백은 이 문제를 둘러싼 고통이 여전히 깊디깊고, 쉬이 종결지을 수도 없을 것임을 뜻한다. 이렇게 작가는 작중 캐릭터를 통해서도 전작에서 누락한 것을 환기하면서 재현의 예술이 담아내는 사실성의 한계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실제에 틈입하는 상상의 영역에서 작가의 지향이 남다른 방식으로 표명되는 점만 보더라도 한강에게 문학은 전적으로 상상의 산물이 아니다. “그들이 왔구나.” 인선의 이러한 독백은 백골이 된 아이들에 대한 상상이 그녀의 재현 의지를 불러일으키면서 부단히 그녀를 들쑤신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죽어가는 어린 동생에게 피를 흘려 넣는 상상을 하면서 어머니가 인선의 입에 손가락을 물려놓은 치매 행동과, 인선을 붙들어 놓고 “구해줍서.” “도와주라. 잠들지 말앙. 나 도와주라 인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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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아동청소년문학 CCTV 외 6편
또 아프다 소리 하지 말고 가만 좀 계시라니까요 왜가리 비행기 나무 꼭대기는 왜가리 전용 비행장 이륙할 때는 다리를 뒤로 쭈욱 빼서 까딱까딱 착륙할 때는 다리를 앞으로 쭈욱 빼서 까딱까딱 이륙할 때 접었다가 착륙할 때 내리는 왜가리 다리는 비행기 바퀴 작가소개 / 손인선 2005년 동시와 동화로 등단해 늘 동심 한자락 품고 살아가는 중입니다. 살아가면서 동시와 동화에 많은 행복과 위안을 얻습니다.저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과도 동시와 동화가 주는 행복과 위안을 나누기 위해 쉽고 재밌는 글로 다가가고자 늘 더듬이를 세우고 있습니다. 《아르코문학창작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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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아동청소년문학 「멧돼지를 부린 날」외 6편
멧돼지를 부린 날 손인선 고사리밭 한가운데 멧돼지가 내려와 파헤치고 뒹군 커다란 흔적이 남았어요 겁에 질린 고사리 파랗게 질려 고개를 푹 숙였겠지요 울타리 대나무도 파랗게 질려 사그락사그락 도움을 구했을 테고요 그중 용감한 고사리 씨앗 몇과 진드기에 몇은 멧돼지 등에 올라타고 산으로 갔겠지요 커다란 멧돼지가 바람처럼 달릴 때 햇볕 잘 드는 양지에 폴짝 뛰어내렸을 테지요 죽다 살아났다고 바싹 올라붙은 가슴을 쓸어내렸겠지요 친구들에겐 야생 멧돼지를 부리며 왔다고 허풍 조금 보태서 자랑삼아 말했겠지요 붓 붓 전시관에서 붓 구경해요 말 갈퀴로 만든 커다란 붓 지금이라도 겅중겅중 뛸 것 같아요 붓에 달린 길고 풍성한 말 갈퀴 풀밭 달릴 때를 기억하는지 살짝살짝 날리고 있어요 갈퀴만 남았어도 달리고 싶은 맘은 똑같은가 봐요 서예가 선생님이 붓에 먹물을 쿡, 찍자마자 커다란 종이 위를 단번에 쓱, 내달리더라고요 말풍선 카톡, 카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