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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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1960s-2020s 반(半/反)예측의 상상력 ②
니체의 『아침놀』을 비롯하여 플라톤, 쇼펜하우어 등 ‘위대한’ 철학을 섭렵한 작곡 전공생 먹점은 <팔도아리랑>에 전자음악을 매쉬업한 음악을 만들며, 용이한 섹스를 위해서는 적당한 코미디 영화를 트는 데도 주저가 없다. 실리콘 재질의 바이브레이터에 불과한 사물이 인간의 삶을 재단하는 이런 행태는 분명 희극적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분명 공산품 딜도치고는 썩 니체 같은 구석이 있다(물론 딜도는 니체의 가장 열등한 제자에 속할 터이다). 잠언의 형태로 발설되는 니체의 철학은 시종일관 기독교에 기반한 근대 이후 삶의 균일한 지평에 일조하는 동시대의 도덕과 지식을 거부했다. 그리고 니체는 이를 발판으로 인간의 궁극적인 ‘힘’을 끌어내고자 했다. 그에 따르면 실리콘 재질의 바이브레이터로 태어났다고 해서 부여된 사용 가치에만 복무하며 살 필요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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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몸에서 출발하여 마음의 우주에 이르기까지
우리들 누구나 쇼펜하우어, 아리스토텔레스 한 권씩 읽잖아요. 그것들을 총합해 낼 만큼 실력이 되려면 일생을 철학해야 되잖아요. 누군가 해 놓은 걸 읽다가 느낀 게, 서양의 철학은 기독교까지 합쳐 가지고 플라톤으로부터 한 발짝도 더 내딛지 못했고, 그 다음에 그 사람들은 신을 만나면 블랙홀이 거기 있어요. 그래서 더 뛰어넘지 못해요. 그 다음에 무신론에 떨어지면 거기 또 블랙홀이 있는데 거기서 더 내려가지 못해요. 그런데 그 두 개의 블랙홀은 결국은 하나의 블랙홀이라는 얘기가 되는 거죠. 서양의 철학이 블랙홀을 뛰어넘지 못하는 이상은, 우리 동양의 철학에 비하면 매우 열등해요. 그래서 많은 철학가들이 정치학이라든가 윤리학이라든가 이런 곁길을 많이 가는 것 같은데. 말씀해 보세요. 아까 생각했던 것이 잠깐 곁으로 나갔습니다. 생각이 나겠죠. 한창훈 결국 귀결이 철학으로 되는가 종교로 되는가 하는 것인데, 선생님은 큰 축으로 종교를 선택하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