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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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하구 사람들
나는 안주와 술을 주문했다. 술자리에 불러들인 킹의 표정이 그랬다. 그들은 이 현장에서만 일 년을 넘겼다고 했다. 킹은 50대였고, 박 씨는 사십을 갓 넘긴 나이였다. 골목에서 서성대고 있어야 할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보니 이들만 일을 나가지 않은 모양이었다. 공구리친다 안하요./ 뭔 지랄로 비오는 날 일이여, 이런 날 일하믄 골벵든당께 / 공구리 날짜 받았는데 안하믄 어쩔 거시여? / 안하믄 안하는 것이제, 비 맞은 돈 안 받겄다는디 워쩔 거시여? / 워째 가방끈도 길담시롱 막노동판으로 풀레 버렸을까 잉? 책상머리에 앉아 펜대나 굴릴 것이제? / 거 성님도 요즘 겉은 시상에 대학물이 벨거 관디요? 흐흐 / 근디 그 친구들헌티 들응께로 김반장이 브레끼를 걸었담시?/ 설마 같은 고향지기들헌티 박하게야 허겄소? / 단가가 안 맞는다제 잉 / 기술자들이니께 버팅길만도 허요, 거개 단가도 꽤 될 것이구만?/ 우리 겉은 잡부들하고는 많이 다르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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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빙하기 프리버드
그가 재생 버튼을 누르자 스피커에서 손가락 하나가 뻗어 나와 범준의 고막을 매끄럽게 애무하기 시작했다. 손가락의 질감은 귀를 대신 파주시던 어머니 같았다. 하지만 범준은 잠시 멈칫했다. 음악을 듣는 행위가 더 미치고 싶어서인지 미치지 않고 싶어서인지 분명하지 않았다. ‘한 번만 더 확인해 보자.’ 범준은 펜과 종이를 가져왔다. 레너드 스키너드라는 밴드의 철자를 종이에 써보려고 시도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그의 뇌리에 서먹한 피로감이 찾아왔다. 철자는 까맣게 안 떠오르고 어제 일만 어렴풋이 떠올랐다. 홍대 어디쯤이었나, 이미 술을 많이 마셨는데 참지 못하고 또 술을 마시러 기어 들어간 바가 있었다. 오십대로 보이는 바텐더가 잔을 닦으며 눈인사를 했다. 범준은 살짝 비틀린 발음으로 주문했다. “오뎅탕에 데킬라 선라이즈를 부어 줘요.” “어묵탕이라고 해야 옳아. 아무튼 그런 조합은 이상할 텐데?” “상관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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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미국의 현대 시인④] Donmee Choi최돈미
돌아올 적에 돌아올 적에, 내 어린 시절의 골목을 따라가는 동안 둘인 것 중에서도 내 쪽은 조화의 강 위에 놓인 다리를 서성거리고 추방됨 중에서도 추방을, 그리고 제국적인 것 중에서도 제국을 번역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찾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돌아올 적에 돌아올 적에, 러시아 여인들은 제국의 헬리콥터 이착륙장 뒤에 자리한 숲길을 따라 매일 밤 산책을 하고 모든 간판들이 간판 중에서도 간판이기 때문에 필리핀 여인들은 대낮에 아기를 데리고 쇼핑몰이라는 클럽들 중 스트립쇼를 하는 클럽으로 걸어 내려간다고 말할 때 낮잠 자는 군인들보다 더 크고 장성한 사람들에게 나는 가까움 중에서도 가까이에 있다고 말한다. 2000년 3월 11일 이 글은 이태원에서 일어난 한 여인의 죽음과 관련된 우리의 관점이다. 32살의 김 씨는 알몸이 피범벅이 된 상태로 미군 전용 클럽인 뉴아마존 바닥에서 발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