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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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구름 블라인드
구름 블라인드 심언주 구름 아래 꿀벌이 손톱에 매니큐어를 바른다. 까마득히 아래 나팔꽃이 까치발을 들고 덧셈을 한다. 나무 한 그루가 드러누워 이사를 간다. 자동차가 길들을 감았다 펼쳤다 한다. 발바닥 아래 한 시간 전 체온이 식고 있는 그 곳으로 볼 한 쪽을 찌그러뜨리며 사과 한 알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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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액자만 내려놓았을 뿐
액자만 내려놓았을 뿐 심언주 보시스의 풍경*에도 밤이 왔다. 나는 액자 속 사내의 중절모를 벗겨 모자걸이에 걸었다. 눌린 머리칼을 쓸어내리자 베개 위로 그의 머리가 떨어졌다. 사내의 넥타이를 풀었다. 이번에는 그의 목이 덜렁거리더니 침대 위로 떨어졌다. 사내의 윗저고리를 벗기고 셔츠 단추도 끌렀다. 그의 가슴에서 양털구름이 쏟아져 나왔다. 방 안을 가득 메웠다. 액자 속에서, 아니 벽 속에서 사내의 눈이 나를 노려본다. 이제 그만 자자고 눈을 쓸어내려도 눈을 감지 않는다. 액자를 떼어낸다. 두꺼운 사각형만 내려졌을 뿐 그의 눈은 아직 벽 속에 있다. 나는 밤새도록 벽을 후빈다. 화가 치밀어 그가 내 손을 자른다. 그가 내 손가락마다 나뭇잎을 매단다. * 보시스의 풍경-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