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문장(0)
글틴(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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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틴 > 시 쌍봉낙타 표류기
쌍봉낙타 표류기봄사막에서 한 번 길을 잃은 사람은 죽을 때까지 낙타 꿈을 꾼다고 한다 모래를 맞은 사람은 한 마리 낙타가 되었다 유난히 황사가 심했던 그해 봄, 낙타들이 마스크를 쓰자 도시가 조용해졌다 모래가 어느 방향으로부터 불어오는지 알지 못한 채 도심은 밤이 될수록 밝아져갔다 낙타들은 별자리처럼 네온사인 불빛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시간이 지날수록 모래는 점점 쌓여갔고 우리는 자꾸만 발이 빠졌다여름고개를 들 수 없는 우리는 머리 위로 드리운 먹구름을 그늘이라고 생각했다 길고 긴 장마는 모래를 진흙으로 만들었다 내딛는 곳마다 발자국이 생겼지만 우리의 발자국은 모두 같은 모양이었기 때문에 자신의 발자국이 어떤 것인지 구분하지 못했다 모래가 빗물에 씻겨갔을 때부터 굽은 등 위로 혹 하나가 생겼다 낙타들은 사막을 기억하기 위해 혹 속에 흙탕물을 담고 다녔다 폭우는 모든 것을 원래대로 되돌리고 싶을 때 내렸고가을우리가 업고 다녔던 혹이 물주머니가 아니라 빈 자궁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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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틴 > 시 9월 넷째주 주장원
쌍봉낙타 표류기-현대인의 고독을 잘 형상화한 시입니다 첫 문장이 인상적이고 산문시이지만 시의 소제와 상징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있습니다 가을 오후의 출산-이미지가 선명한 시 였습니다 그러나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가 불분명합니다 언어를 다루는 솜씨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결혼하는 여자- 흥미진진한 전개가 눈에 띄었습니다 마지막 연 바로 앞부분까지 놀라면서 읽었는데 마지막에서 맥이 빠집니다 컴퓨터와 결혼하는 여자, 장정일 시인의 시가 생각날 정도로 재미있었는데 마지막이 예측 가능해서 아쉽습니다 이번주 주장원은 <쌍봉낙타 표류기>로 선정합니다 우리는 매 순간 인생의 졸업을 하고 매순간 새로운 시작을 맞이합니다 우리가 괴로운 것은 우리가 어디로 가야하는지 좌표를 알지 못해 우리는 골목 모퉁이를 돌때마다 주저 앉아 우는 것입니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서로에 대한 애정이 없는 현대인들, 친구가 원수로 가족이 남보다 더 멀게 느껴질 때, 서로가 서로의 적이 될 때, 우리는 끝나지 않는 겨울과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