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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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아동청소년문학 「별」외 6편
민달팽이 고라니 아님 사슴? 아니, 아니! 그러기엔 너무 작아 오소리 아님 너구리? 딱 걔네들이 싼 똥인지 알았지 그런데 똥이 움직이는 거야 느릿느릿 고물고물 아악~ 태어나 처음 본 민달팽이는 뚜껑 없는 요구르트 책 없는 학교 파란색 떡볶이처럼 처음 만난 하나의 세상 세상에서 제일 예쁜 똥 편의점 등대 골목 끝 딱 하나 있던 편의점 밤늦게 끝나는 엄마가 제일 좋아했었지 깜깜한 어둠 속에서 빛나고 있으면 망망한 검은 바다에서 만난 등대 같다고 했거든 엄마는 출렁이는 어둠을 가로질러 쪽배처럼 집에 왔었지 이제 엄마의 등대는 없어 밤새 어둠을 밝히던 편의점 아줌마 얼굴이 점. 점.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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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고시원은 괜찮소
당신이 있고 철이가 있으니 흙속에 사는 벌레 한 마리도 행복하리라 당신과 함께 살았던 집과 세간을 정리하고 이곳에 왔소 당신과 철이가 없는 집은 이미 집이 아니오 도둑고양이도 오지 않는 감옥을 탈출하여 나는 납골당보다 조용한 이곳에 왔소 이곳은 당신의 몸처럼 정갈하고 당신의 마음처럼 차갑소 언제나 누군가 있고 언제나 누구도 없는 당신은 탄성을 지를 것이오 당신 성격에 딱 맞는 곳이네 드디어 친구가 생겼소 아내와 별거 중이라는군 고시원의 작은 방에 누우면 친구는 아내의 자궁 속에 누운 기분이라나 새로운 감옥은 독방이 아님에는 분명하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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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슬픈 호사(豪奢)
뒤바뀐 처지가, 운명이 어색했는지 아님 질주의 본능이 꿈틀거렸는지 저 타이탄 트럭, 다리 난간에 걸려서도 전조등이 강 상류를 향해 있다. 깨진 전조등 틈새로 젖은 햇빛이 웅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