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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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커버스토리 10월호 김혜순 시인과 지하철 4호선
내가 아는 바로는 시인의 직장이 명동역에 있었을 때, 시인의 집은 평촌역이었고, 시인의 집이 한성대입구역으로 옮겨온 직후 시인의 직장이 안산 중앙역으로 이전해 갔으니, 산술적으로 시인은 하루 8시간 근무 기준, 만 7년을 지하철 객차에서 지낸 셈이다 나의 친할머니는 늦은 나이에 교회를 다니며 한글을 깨쳤고 노동요 가락에 모든 찬송가를 맞춰 부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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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아아, 취미요?
그러다 보니 자전거로 안산에서 제부도까지 간 적도 있고 청량리에서 춘천까지 간 적도 있다. 여정이 고되어 때로는 노래 대신 울음이 나오기도 했다. 그쯤 되면 여행이 아니라 고행이라 할 법도 한데, 나는 아무래도 좋았다. 바람에 셔츠 자락이 팔락이는 것이 좋고, 스쳐 지나가는 풍경 속으로 내 노랫소리가 흩어지는 것이 좋고, 움직인 만큼 앞으로 나아가는 정직한 세상을 목도하는 것도 좋았다. 안장 위에서 바라보는 하늘은 맑고 나무는 푸르고 길들은 다정했다. 그에 도취되어 달리다 보면 불현듯 정신과 육체가 분리되면서 내 혼이 내 머리 위에서 자전거 타는 나를 내려다보는 듯한 망상에 빠지게 되는데, 그 찰나가 바로 내 자전거 여행의 절정이었다. 목적지에 이르면 가까운 역에서 자전거를 서울까지 소(小)화물로 부쳤다. 돌아올 때는 버스나 기차를 탔다. 그 순간만큼은 왕의 의자도 부럽지 않을 폭신한 좌석에 앉아 고무장갑을 낀 것처럼 팔꿈치 아래쪽만 붉게 그을린 팔을 늘어뜨리고 들어갔던 잠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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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젊은작가의 樂취미들] 양방향의 소통을 꿈꾸며
작가소개 / 조영한 (소설가) - 1989년 안산 출생. 201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부문 당선. 《문장웹진 2016년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