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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지 > 현대시 결어의 주어
타자에게 노출된 자기 바깥의 존재인 ‘나’나 타자의 응시 속에서 윤리적 감각을 환기하는 ‘나’가 게니우스적 역량을 내포한 주어라면, 김언과 안태운의 시는 그런 주어를 진술의 형식적 차원에서 형상화하고자 한다. 김언은 ‘나’라는 주어의 실험을 통해, 안태운은 서술어의 실험을 통해 ‘나’를 결여를 증명해 나간다. 나와 이것은 함께 다닌다. 나와 이것은 함께 움직이고 함께 잠든다. … (중략)… 나와 이것의 상태는 불안하지만 불안하게라도 있고 위험하지만 위험해서라도 더 잠자코 있는 나와 이것의 성격은 아직 불화중이다. 당연하게도 나와 이것은 하나가 아니다. 나와 이것밖에 없지만 나와 이것 안에는 또 얼마나 많은 나와 이것이 있는가. 그걸 이해 못한다면 이렇게 묻고 싶다. 당신 안에는 얼마나 많은 당신이 있는가. 얼마나 많은 짐승이 있고 인간이 있고 얼마나 많은 흉기가 있는가. 당신 안에 있는 그 많은 생소한 물건과 신체는 또 얼마나 많은 지시를 기다리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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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지 > 문학들 실패를 향한 자기서사의 가능성-2015 여름 한국시에 나타난 발화의 한 경향에 대하여
이에 비해 안태운의 시는 ‘나’의 이중성이 더 극단적으로 강조된 경우이다. 안태운은 자기 확인에 실패하는 사건을 보여 주기 위해 공항이라는 배경을 선택한다. 경계의 안과 밖이 갈라지는 공항에서 자기를 잃고 또 다른 자기를 만나는 과정은 우리 모두에게 일어나는 일이다. 시인은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자기확인의 실패를 재구성해서 보여 준다. 나는 가 버렸구나. 가 버린다. 그리고 이곳으로 입국한다. 공항에 도착해 있었다. 낯선 인파가 보인다. 누군가를 바라보는 듯하다. 나는 사람들이 들고 있는 것들을 바라보고 있다. 그것엔 어떤 문구가 쓰여 있었고나는 나오고 있었다. 사람들의 얼굴로 낯익은 인상을 대조해 보게 된다. 실패하게 된다. (중략) 그러나 뒤쫓아가게 되고 나는 공항의 통로로 들어선다. 통로의 끝으로. 끝이 다시 시작되는 지점으로. 그림자에 빛이 밴다. 그는 나가고 있다. 나도 따라나선다. 밖으로 들어찬 도시는 정교하다. 민족의 풍물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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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지 > 현대시학 이달의 시와 시집_멀거나 가깝거나
그런 면에서 안태운의 시 들은 그동안 우리가 겪어온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시인으로서의 책임 을 지려는 것이 아닐까요. 장은정 : 저는 사실 이 시보다 『현대시학』 1월호에 발표된 ‘예식’이라는 부제가 붙은 「인상」 시편이 더욱 강렬했었는데요, 이 시에서의 ‘인간인 것’과 ‘인간이 아닌 것’의 결합은 소의 눈꺼풀을 들어 올려 눈을 파내고 그것을 자신의 눈과 교환하는 시의 마지막 장면에 있어요. 저는 안태운 시인의 시들 중에서도 이 이미지가 유독 충격적이었는데, 이 이미지를 두고 이 시인이 세계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분석하는 것은 의미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히려 이 이미지의 가치는 시인이 아 니라 읽는 자가 받는 충격에서 찾는 것이 적합한 것 같아요.저의 경우 엔 이 이미지가 아주 투명한 광기를 집약하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졌 는데, 그것에 대해 한편으로는 굉장히 불편한 느낌이면서도 동시에 아 주 매혹적이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