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여태 살았지만 정말 살았다는 느낌 한 번 들었던가
밀려오는 파도, 오색찬란한 물안개, 구름 위의 산책, 오솔길 샘물, 양고파, 채움, 사랑을 품은 바람, 백상어, 태평양 술고래, 전국구, 로또 1등, 無, 하늘을 나는 새, 야누스 커피, 그대가 구름, 진달래…… 우리 반 학생들의 이름이다. 수업 끝자락에, 새로 지은 이름을 불러 드렸다. 식사 공간을 즉석에서 수업 공간으로 만든, 그 자리에서, 저녁 밥풀 냄새가 가시지 않은 그 공간에서 아름다운 이름들이, 흘러나왔다. 파도와 새와 구름과 백상어, 사랑과 바람이, 커피향과 진달래, 물안개와 샘물이 고요히 울려 퍼지도록, 한 명씩 한 명씩 눈을 마주치며, 정성껏 불렀다. 호명될 때마다 그들의 얼굴이 맑게 피어오르는 게 느껴졌다. (과장이겠지만) 부드러운 포말에 찰싹, 맺히는 촉촉함이 감지됐다. 우리의 만남은 새로운 이름을 얻는 일부터 시작되었다. 3. 민들레문학 특강 수업 전, 긴장감이 발뒤꿈치부터 올라오기 시작한다.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소설의 원점, 혹은 클래식-퓨처리즘
마주 보는 야누스 : 시간의 교차와 기억의 다시-쓰기 박민정의 단편소설 「전교생의 사랑」4)이 보여주는 것은 소설적으로 시간에 대한 태도를 결정하는 시선의 방향이다. 이것은 철저하게 이중적이고 양면적인 시선이다. 단순히 기억과 망각이라는 상반된 키워드를 다루기 때문이 아니라 이 두 가지 키워드가 사실 서로가 존재하기 위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기억하기 위하여 우선 망각할 필요가 있으며, 망각하기 위하여 기억해야 한다. 문제는 그것이 시간적인 순서의 문제가 아니라 무작위적이고 돌발적인 방식으로 동시에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기억하면서 잊고, 때로는 잊으면서 기억한다. 따라서 진정으로 잊기 위해서는 치열하게 기억하려는 아이러니를 감당해야 한다. 결국 이 소설에서도 시간이란 우리가 삶을 이해하기 위하여 인지적 조작을 가해 출현하는 해석적 공간에 다름 아니다.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인터뷰] 세계의 고통과 공명하는 작가
야누스 같은 존재죠. 그 늑대라는 이미지에 내가 생각하는 앞선 그 두 가지 몽골 풍경이 포섭되겠다, 그런 생각들이 들었어요. 방금 말한 그런 이미지들을 소설에 앉히다 보니까, 종래의 시점 가지고는 소설 쓰기가 힘들었어요. 1인칭이지만 다중시점을 사용하게 된 거죠. ▶ 이서영_ 말씀하신 대로 몽골은 전자본주의적 사회로 보이지만, 「늑대」에서 보면 실제로 그들은 상당히 신자유주의적 삶의 일부로 살아가고 있잖아요. 자주 쓰시는 탈북민의 경우에도 비슷한 맥락이 읽히는데. 어떤 체제에서 경계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서 특별한 문학적 관심이 있으신가요? ▶ 전성태_ 물리적이고 실존적으로 경계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추궁 받으며 사는 사람들이 있어요.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다문화가정 2세대들, 탈북자들, 혹은 송두율 교수 같은 지식인들이죠. 그들에게 어느 한 체제를 선택하라는 것은 폭력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