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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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공개인터뷰_나는 왜 대담]자, 이제 하나씩 진실을 이야기할 시간
손미 시인의 경우에는 ‘양파 공동체’라는, 사물과 사회학이 혼합된 단어를 만들어내셨는데요. ‘양파’라는 겹겹의 껍질이 ‘공동체’와 어떻게 연결이 되는 걸까요? 그리고 시인이 지향하는 ‘공동체’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 손 : 정직하게 말하면 『양파 공동체』라는 제목은 출판사에서 지어주신 거예요. 원래는 「양파」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던 시인데, 출판사에서 ‘공동체’를 붙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하셨죠. 원래 시집 제목을 『물개위성』으로 하려고 했었는데 주변에서 만류하시더라고요. (웃음) 제가 생각하는 ‘양파 공동체’는 물리적인 집합이 아니라 하나의 상태라고 할 수 있어요. 비슷한 상태의, 비슷한 빛깔의 것들이 모여 있는 상태. 가령 과자 통에 비슷한 맛의 과자를 넣어두는 것처럼, 저와 비슷한 상태의 사물들을 통속에 모아두었다가 그것을 시로 쓰는 거죠. 가령 줄, 미끄럼틀, 칠레라는 나라 등등. 제가 얼굴이 길어서 그런지 (웃음) 길고, 산뜻하게 끝나지 않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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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게 뜯긴 후박나무 나를 입장시키지 않는 후박나무에는 시끄러운 피가 흐르고 - 시집 『양파 공동체』수록 바지의 고향 나는 사라지는 바지 역할을 맡았다 지명 당한 바지 우리는 날마다 바지를 잃어버리지 바지를 찾아 평생 헤매는 눈과 귀가 없는 바지 벗어놓으면 달려가는 듯한 다리의 방향 돌아가야 한다 매일 걷고 있는 바지는 고향으로 가고 있다 몸을 잃어버린 것도 모른 채 나를 끌고 두 발로 빌면서 - - 2014. 여름. 『시와 미학』 《문장웹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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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컨, 양파, 양송이, 피망, 토마토를 미리 볶아 소를 만들었다. 식용유를 팬 전체에 코팅하듯 바르고 버터를 크게 한 숟갈 떨어뜨렸다. 싱크대에 바짝 붙어 서서 내용물이 고루 익도록 주의를 기울였다. 중간중간 쓰다 남은 버터를 은박지에 싸두고 계란물을 풀었던 볼을 싱크대에 던지듯 넣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내는 앞치마에 물기 묻은 손을 닦고 정신을 집중해 스크램블 된 계란을 럭비공 모양으로 접으려고 노력했다. 삐—익! 그때 아파트 안내방송을 알리는 신호음이 울렸다. 낡고 오래된 주공아파트 인터폰은 시도 때도 없이 울렸다. 분리수거 날짜를 공지하거나 옥상에 고추를 말리지 말라는 경고, 어떤 날은 주차선 가운데 주차한 입주민을 찾는 방송이 이어졌다. 소매치기가 가방을 낚아챌 때처럼 매번 소리는 거칠다 못해 신경질적이었다. 쌍둥이는 으윽- 거리며 귀를 막았다. 기다렸다는 듯 숟가락 장난을 멈췄다. 그게 다였다. 귀에 거슬리는 삐- 이후 방송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