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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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연속 공개인터뷰] 나는 왜 SF적 이야기에 끌리는가
연속기획 공개인터뷰 _ 나는 왜?(제14회) 나는 왜 SF적 이야기에 끌리는가? - 소설가 윤이형 편 정리 : 안희연(시인) 그날은 낮부터 멈추지 않고 비가 왔습니다. 가을을 재촉하는 비였을까요. 유난히 어둡고 흐린 날이어서, 많이들 안 오시면 어쩌나 내심 걱정하였는데…… 의외로 많은 분들이 자리해 주셨더군요. 저 역시도 작가님을 처음 뵙는 자리여서 얼마나 떨렸는지 모릅니다. 평소 남몰래 흠모해 왔던 마음을 감춘 채 윤이형 작가님의 말씀을 경청했습니다. 지금껏 작가님은 어떤 질문을 품어 오셨는지, 요즘 품고 계시는 질문은 무엇인지, 평소 궁금했던 것들을 속 시원히 묻고 답하는 시간이었어요. 대화를 듣는 내내 커다란 유리구슬을 들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떨어지면 깨어질까 조심스럽고 자꾸 제 모습이 비쳐 아프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정확한 무게였습니다.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았습니다. 그날의 대화를 아래에 옮겨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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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연속 공개인터뷰 나는 왜 : 자선 단편소설]아무도 아닌, 명실
[연속 공개인터뷰 나는 왜 : 자선 단편소설] ● 황정은 작가의 자선 단편소설 아무도 아닌, 명실 황정은 그리고 그녀는 노트가 한 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금요일 저녁이었을 것이다. 오후 어느 때 그녀는 잘 사용하지 않는 찬장을 열었고 무슨 생각으로 그걸 열었는지 잊은 채로 어둑한 선반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놓인 자리에 고스란히 놓여 있는 찻잔들엔 파란색과 녹색으로 데이지 무늬가 있었고 테두리의 금빛은 약간 바래 있었다. 그녀는 그중에서 가장 아껴 가며 사용했으나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 찻잔을 알아보았다. 아마도 그 순간쯤이었을 것이다. 노트가 한 권 필요하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새로 살 필요는 없었다. 실리의 노트가 이 집 안 어딘가에 몇 권쯤 남아 있을 테니까. 그녀는 다른 찻잔들보다 깊숙하게 놓인 찻잔을 보았고 받침 모서리를 잡아 앞쪽으로 끌어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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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연속 공개인터뷰] 나는 왜 뜻 없는 것들로 무한을 보려 하는가?
연속기획 공개인터뷰 _ 나는 왜?(제15회) 나는 왜 뜻 없는 것들로 무한을 보려 하는가? - 시인 이제니 편 정리 : 안희연(시인) 차디찬 망망대해를 표류하던 저의 이십대 시절, 이제니 시인의 첫 시집 『아마도 아프리카』는 부표이자 난류였습니다. “이 슬픔을 따라가면 고아의 해변”(「고아의 말」)에 당도한다는 문장을 따라 읽다 보면, 나는 누구일까,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은 걸까,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런 정답 없는 고민들이 나를 위협해도 괜찮았어요. 시인이 간절하게 꿈꾸는 세계는 지금 이곳이 아니라 아마도 멀리 있는 곳, 그러므로 끝내 다다를 수 없는 미지의 세계였으니까요. 저도 그곳으로 함께 헤엄쳐 갔어요. ‘슬픔의 순간에도 운율만은 잊지 않’(「네이키드 하이패션 소년의 작별인사」)아야 한다고 말하는 시인의 손을 잡고서요. 두 번째 시집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가 나왔을 때도 그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