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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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젊은작가의 樂취미들] 나무를 잘 그리고 싶다
작가소개 / 오미순(동화작가) - 201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문장웹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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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이응 이응
나는 카페오레 대신 오미자물을 마셨다. 엄마가 보고 싶어 우는 대신 빵빵해진 아랫배로 변기에 앉아 소변을 봤다. 할머니는 내가 울음을 터뜨리려고 하면 오미자물을 주면서 달랬다. 다 울어버리지 말고 울고 싶은 마음에서 한 걸음 물러나 울고 싶은 자신을 바라보라고 했다. 그런 복잡한 설명을 들으면서 차갑고 새콤한 오미자물을 마시면 내 슬픔은 어리둥절한 눈을 한 채 나에게서 멀어졌다. 할머니는 나를 욕실로 데려가 울고 싶지만 울음이 떠나간 내 얼굴을 닦아 주었다. 세숫대야에 물을 받아 손에 물을 묻힌 다음 슬퍼서 흘러내릴 것 같은 내 얼굴을 손으로 쓸어내렸다. 흥, 흥! 나는 수건을 목에 두르고 앉아 내 콧방울을 움켜쥔 할머니의 손가락에 콧물을 풀었다. 향긋한 로션을 바르고서 할머니의 배에 귀를 대고 누우면 꾸루루 꽐꽐 꾸루루 꽐꽐 비둘기 우는 소리가 들렸다. “그냥 줄줄 나는 거야. 하나도 안 아프고 하나도 안 슬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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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지중해의 노래
당신, 내게 지중해를 보여줄 순 없을까요. 그가 말했다. 물론. 소영이 말마따나 보면 되지 뭐. 내일이라도. 아니면 모레라도. 정말 당신이 내게 지중해를 보여줄 수 있을까. 이 말을 소영은 하지 않았다. 태양은 안젤리카 분수를 지나 저쪽 산 조반니 교회의 지붕 위에 걸려 있었다. 푸르던 하늘이 어느새 붉게 물들어 있었다. 카펫 위에 커튼의 긴 음영이 드리웠다. 후회와 반성, 의문과 확인, 기대와 실망 따위가 그녀의 삶에 끼어들지 못하도록 소영은 감촉할 수 있는 사물들에 기댔다. 상념을 밀어내고 그 자리에 나무와 바위, 바람과 비, 많은 찻잔들과 음반들을 불러들였다. 실재하는 것들만이 자신의 존재를 지켜줄 것이라고 믿었다. 소영의 방은 많은 사물들로 넘쳐났다. 범람하는 외로움을 사물의 둑으로 막아보려는 몸짓이라는 걸 소영은 알지 못했다. 소영은 결혼 따위 생각지 않았다. 아파트와 고급승용차를 제공하겠다는 제의는 그녀를 더욱 혼자 있고 싶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