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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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존 치버의 「다리 위의 천사」나 무라카미 하루키의 「헛간을 태우다」, 유디트 헤르만의 「여름 별장, 그 후」, 맥스 슐만의 「사랑은 오류」 등 주옥같은 단편들을 말이다. 강의가 다 끝날 때쯤, 짧고 간결한 문장과 회화적 이미지로 가득 찬 알리사 발저의 「아버지의 생일 선물」을 학생들에게 복사해서 나누어주었다. 그 소설을 처음 읽을 때 나는 어떻게 하면 이렇게 자유로운 글쓰기가 가능할까, 생각했다. 나는 그 책을 읽고 또 읽었다. 십 년 전이면 내가 막 소설가로 등단을 한 해다. 자유로운 글쓰기. 나는 소리 내서 말해보았다. 독자는 모두 그 자신의 책을 읽는다, 내 책을 읽는 게 아니다, 독자는 책을 읽으면서 책을 쓴다, 라고 말했던 독일의 대문호, 마틴 발저의 말을 이해하게 되었다. 알리사 발저는 그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는 『이것이 내 이야기의 전부는 아니다』라는 책으로 1992년, 잉게보르그 바흐만 문학상과 베티나 폰 아르님 문학상을 수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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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유디트 헤르만. 그 책 맨 앞에 이렇게 씌어져 있지. ‘의사가 말했지. 나는 곧 괜찮아질 거라고. 그러나 지금 나는 여전히 우울해.’ 나 이제 아이들이 아니라 성인들 상담을 받고 있어. 그가 진담을 농담처럼 말했다. 그래? 한 시간에 얼마쯤 페이하면 되니? 한 50유로쯤? 우리는 낄낄거렸다. 언제나처럼, 맥주 세 병 담배 세 대를 다 피운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서 오늘 밤엔 짐을 꾸려야 해. 내일 아침 일찍, 우린 여름휴가를 떠날 거거든. 8. 니체를 읽다가 이곳에 온 후부터 나는 집에서와는 달리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 되었다. 그것은 바로 LCB에서 딱 한 끼 제공하는 아침식사 때문이다. 이 년 전, 아이오아에 국제문예창작 프로그램에 참가할 때도 그랬지만, 일단 집을 떠나 한 곳에 오래 있게 되면, 먹는 일이 갑자기 너무나 중요해져버린다. 어느 때는 먹는 일이 너무나 중요하게 느껴져서 자존심이 상할 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