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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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이 생의 접도(蜨道)를 따라서, 이생(異生)의 접도(接道)를 위하여
道)를 따라서, 이생(異生)의 접도(接道)를 위하여 - 윤후명 소설에 대한 단상들 양윤의 윤후명의 소설은 펜이라는 오래된 주구(呪具)로 받아 적은 창세기이다. 윤후명은 소설의 시작이자 끝이 되는 삶의 전 여로(旅路)를 존재의 영점(零點)으로 삼는다. 길과 길이 맞붙어 있듯이 이생과 저생은 맞닿아 있다. 현재 속에 겹쳐 있는 또 다른 세계를 발견하는 ‘경이로운 순간’은 근작 『새의 말을 듣다』(문학과지성사, 2007 - 인용 시 면수만 표시)에 수록된 소설들 속에서도 생략된 적이 없다. 여기서 인물이 느끼는 ‘교감’의 순간이나 ‘빙의’의 체험은 윤후명의 소설 문법으로 종합될 수 있는 구성 요소들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들은 윤후명의 소설 ‘자체’를 구성하는 근본적인 조건이다. “나는 신비주의자라도 된 양 신비한 교감(交感)을 누려 보려고 노력하곤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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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미(美)라는 성지를 찾아가는 순례
윤후명 그렇죠. 현실속의 여성 그 자체가 아니라는 것이죠. 다른 대상을 통해서 다른 세계를 볼 수 있다. 자기를 발견해 가는 과정에서 한 가지 눈으로만 볼 수는 없다. 그런 뜻이라는 거죠. 그래서 그런 여성이 등장하도록 한 거죠. 윤후명 문학의 식물성 김도언 그것과 연관해서 선생님 소설을 읽다 보면 예전 소설부터 지금까지 생소한 꽃, 식물 이름이 많이 나와요. 이런 꽃과 식물이 있었구나 이런 것에서 감탄할 때도 있는데요. 선생님께서는 한때, 소설가가 안 됐다면 식물학자가 됐을지도 모른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실제로 식물과 관련된 책도 펴낸 적이 있고요. 식물에 대한 비상한 관심의 연원에는 무엇이 있는지 듣고 싶습니다. 윤후명 어렸을 적에는 식물에 대한 별다른 생각도 없이 식물을 좋아했어요. 그런데 나중에 점점 생각하기를 식물만이 이 세상에서 유일한 생산자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식물 이외에는 다들 소비자죠. 우리는 아무것도 생산을 못해요. 우리 같은 동물들은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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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우린 이제 겨우 열여섯
학원에서는 오늘 중간고사 대비 예상문제 풀이를 하겠다며 한 명도 빠지지 말라고 했었다. 다른 때는 몰라도 오늘만큼은 결석하면 안 되는 날인 것이다. 시간이 빠듯했다. 어른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머릿수라도 많아야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우리는 레코드 가게로 향했다. “그런데 은성이 너, 혹시 윤후 좋아하냐? 왜 이렇게 극성이야?” 앞서 가던 연호가 불쑥 돌아보더니 물었다. “엉뚱한 상상하지 마. 반 친구 일이니까 나서는 것뿐이야.” “윤후가 아니라 나였어도?” “당연하지.” 그러나 그건 반쯤은 사실이고 반쯤은 아니었다. 연호가 똑같은 일을 당했다면…… 물론 돕기야 했겠지만 지금처럼 발 벗고 나서지는 못했을 것 같았다. 학교에서는 있는 듯 없는 듯 내성적이고 조용하기만 한 윤후. 덩치도 작고 키도 작아 중학교 3학년으로는 도저히 보이지 않는 윤후. 올해 초였다. 친구랑 약속이 있어 시내에 나갔다가 우연히 윤후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