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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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소설 김알렉산드라 中에서
하지만 말없이 흐르는 게 강이 아니더냐. 내 안에 이미 강이 들어왔으니까. 난 대답을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내 안의 혈관을 이어붙이면 아무르 강만 할 것이다. 내 혈관 속에 이미 아무르가 흐르고 있으니 아무르는 말이 없는 것이다. 내 안에서 출렁이는 소리, 그것이야말로 어머니의 목소리이자 아무르 물결의 소리가 아니겠느냐. 그래 아무르에 어머니의 시신을 빠뜨릴 때 모든 질문도 함께 물속에 가라앉은 것이지. 시신에 돌멩이를 매달아 빠뜨린 것처럼 모든 질문도 돌멩이를 달고 강 깊숙이 가라앉은 것이란다. 세료자야. 아제 내가 아무르에게 물어보아야할 게 아무 것도 없다. 아, 잠이 쏟아지는구나. 깊은 잠을 자고 싶구나. 세료자야, 네가 성장하면 이 할애비와 함께 하바로프스크에 가자꾸나. 가서 아무르강의 물결을 한없이 바라보자꾸나. 어머니의 강은 모스크바에도 침켄트에도 세상 어디라도 가닿을 것이다. 네가 어딜 가든 어머니의 강은 그곳으로 흘러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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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황현산 특강 후기]제1회 강연을 다녀와서
한 가지 더 즐거웠던 건 황현산 선생님의 말씀이 강연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정해진 대사가 아니라 처음의 말을 다음의 말이 따라가면서 어떤 간격들을 만드는 방식으로 전해졌다는 점이다. 영화와 김수영의 시는 예정되어 있는 수순이었지만 그들을 읽고 하신 말씀들은 예정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리듬을 타고 전해지는 듯 했다. 선생님의 말씀은 글이 어디서부터 연유하는가를 생각하게 했다. 남은 강의들이 기다려진다. 열정을 죽이기 위해 열정을 지녀야 할 밤을 기다리듯이. ▶ 관련 게시글 : [기획특강_동영상]황현산의 문학행 야간특급열차(제1강 1부) [기획특강_동영상]황현산의 문학행 야간특급열차(제1강 2부) 김준현(시인) 1987년 경북 포항 출생. 201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으로 등단. 《문장웹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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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황현산 특강 후기] 철마는 계속 달려야 한다
[황현산 특강 후기] 철마는 계속 달려야 한다 - 문학평론가 황현산 선생님 강연 후기 - 허희(문학평론가) 2014년 8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 매주 금요일마다 열린 ‘문학행 야간 특급열차’의 차표 네 장을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예매했습니다. 아시다시피 문학을 향해 갈 수 있는 길과 방법은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주변에서 얼마든지 다양한 길과 방법을 찾을 수 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열차에 반드시 탑승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열차를 운행하는 책임자가 다름 아닌, 문학평론가 황현산 선생님이었기 때문입니다. 지난한 여정을 떠나는 데 길잡이의 중요성을 새삼 더 강조할 필요가 있을까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고백하자면, 저는 문학을 지향하는 삶을 살 것이라고 공언은 하고 있으나, 항상 좌충우돌하고 우왕좌왕하는 미숙한 문학도에 불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