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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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서 이건청 그냥 잔다. 지남철을 주머니에 넣은 채 그냥 모래 바람 속에서 잔다. 사막에 달이 뜬다. 꿈 속, 희미한 능선 위로 달이 뜬다. 사막의 전화 부스 곁으로 야수 한 마리 온다. 사막의 전화 부스 곁에 짐승이 온다. 바람 부는 전화 부스, 송화기가 달려 있다. 케이블이 끊겨 있다. 꿈속에서 운다, 헤맨다. 사막이다. 모래밭이다. 그냥, 사막에서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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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外
이건청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970년, 을지로 6가, 계림극장 맞은켠으로, 푸라타나스 잎들이 떨어져 내리고 있었는데, 단풍 든 마음들이 툭, 툭 떨어지고 있었는데, 한 여자가 쓰러지는 남자를 일으켜 세우고 있었는데, 밤 11시, 늦은 시내버스들은 로오타리를 돌아 동대문 쪽으로 가고 있었는데, 이스턴 호텔 쪽으로 사라지고 있었는데, 푸슬푸슬 비속에서 한 여자가 쓰러지는 남자를 일으켜 세우고 있었는데, 미니스커트 여자가 남자를 전신으로 일으켜 세우고 있었는데, 늦가을의 로오타리를 돌아 마지막 버스도 사라져가고, 내 마음 속 천불동 계곡으로 통행금지 싸이렌이 폭포처럼 쏟아져 내리고 있었는데…… 사막에서 그냥 잔다. 지남철을 주머니에 넣은 채 그냥 모래 바람 속에서 잔다. 사막에 달이 뜬다. 꿈 속, 희미한 능선 위로 달이 뜬다. 사막의 전화 부스 곁으로 야수 한 마리 온다. 사막의 전화 부스 곁에 짐승이 온다. 바람 부는 전화 부스, 송화기가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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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서재의 역사
(이건청 편저, 『한국현대시인연구-윤동주』, 문학세계사, 2000, 재수록, 224 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