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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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 – 이문열의 부악문원
그 자리에는 이 나라 최고의 문장가인 이문열이 있었다. 치열한 말들이 오갔는데, 그 주제는 문학뿐만 아니라 역사, 철학, 미학, 신학 등 인문학 전역에 걸쳐 있었다. 시국담론에 이르러서는 스승과 제자라는 경계가 사라져 누구도 물러서지 않는 한판 승부가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대학가의 고답적인 사제관계에 물들어 있던 나는 그 광경이 무척 낯설게 느껴졌는데, 어느 순간 그 논쟁의 한 자리에 아무렇지도 않게 끼어드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이유는 이문열의 탈권위적인 태도에 있었다. 문원에 들어오기 전에 느꼈던 이문열의 이미지는 뭐랄까, 보수주의자에다가 권위적이기까지 한 완고한 ‘가부장(家父長)’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는 한 번도 자신의 의견을 강요한 적도, 상대의 의견을 무시한 적도 없었으며, 혹여 제자의 무례한 발언이 있을지라도 그것을 탓하거나 마음에 두지 않았다. 심지어 이문열은 우리를 제자로 여기는 것조차 꺼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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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숨겨진 보물 같은 책이야기]인간과 세상에 대한 근원적 질문
그러므로 작가를 꿈꾸는 우리 문청(文靑)에게 나는 이문열의 소설 『사람의 아들』을 권하고 싶다. 이호석(소설가) 1968년 부산 출생. 2014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 「섬 속의 그 길」 당선 《글틴 웹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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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누구나 하지만 아무도] 상상력이 만드는 역사
『젊은 날의 초상』, 『필론의 돼지』, 『사람의 아들』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이문열(1948~ )도 2012년 어린이를 위한 소설로 『25년 전쟁사』를 썼는데, 대체역사소설의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 소설에서 이문열은 ‘한국 광복군이 일본제국주의에 대항해 전쟁을 벌였다면?’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이후 미국과 소련의 지원도 없이 25년 간에 걸쳐서 국토를 수복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실제 역사에서는 미국과 소련의 힘에 의해 해방되면서 우리나라가 이후 남북으로 분단되고 6.25전쟁을 거쳐 현재까지 남북이 대치하는 고통을 겪게 되지만 우리가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나라를 되찾았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라는 가정에 기반한 소설인 것이다. 미국의 킴 스탠리 로빈슨(1952~ )의 소설 『쌀과 소금의 시대』(2002년)도 대체역사소설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중세 유럽을 덮친 흑사병으로 인구의 99%가 사망하고 세계의 패권이 중국과 이슬람의 손에 쥐어진다면 어떻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