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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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기획인터뷰]문장의 소리는 포용력 있는 문학라디오, 내구성이나 품이 넓다고 할까
(http://www.podbbang.com/ch/4295) “십 년의 긴 기간 동안 문학도들에게 용기와 영감을 주었던 방송”, “기관에서 만든 팟캐스트인데 딱딱하지 않고 재미있네요”, “ 김민정 시인 목소리 좋아요. 다정한 언니 같아요” 등등의 청취자 반응이 댓글로 달려 있다. 처음에는 소수의 문학팬들이 듣기 시작했지만, 차차 문학 외적으로도 청취자 층이 넓어졌다. 회차가 쌓이면서 한국문학의 ‘살아 있는 박물지’ 역할도 하고 있다. Q. 박지영 글틴 기자가 녹음 스튜디오를 방문한 시간은 오후 3시 30분으로, 이원경 기술감독이 ‘명작극장’에 참여한 배우 목소리를 매끈하게 다듬고 있었다. 이 날은 이범선 작가의 1959년 작 ‘오발탄’ 제2막 중 ‘철호의 어머니’ 대사 레벨을 조절하는 중이었다. “난 모르겠다. 암만 해도 난 모르겠다. 삼팔선. 그래 거기에다 하늘에 꾹 닿도록 담을 쌓았단 말이냐? 어쨌단 말이냐? 제 고장으로 제가 간다는데 그래 막는 놈이 대체 누구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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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옛날 아일랜드에
옛날 아일랜드에 유형진 옛날 아일랜드에 아름다운 노리호와 예이호 두 자매가 살았네 노리호는 수 잘 놓는 처녀 예이호는 춤 잘 추는 처녀 어느 날 바다 저 너머 범선을 타고 온 애꾸눈 잭이 예이호에게 반했네 예이호는 아름다운 처녀 노리호의 동생 예이호는 애꾸눈 잭이 무서웠네 애꾸눈 잭이 자기를 데리러 올까 봐 밤마다 춤을 추었네 노리호는 그런 예이호의 춤을 수 놓았네 밤새껏 수 놓았네 애꾸눈 잭은 밤마다 항구의 술집에서 술을 마셨네 퍼 마셨네 모두에게 예이호는 내 꺼라 으름장을 놓으며 술을 퍼 마셨네 노리호는 수 잘 놓는 처녀 예이호의 언니 노리호는 예이호를 잃고 싶지 않았네 노리호의 방엔 밤마다 춤추는 예이호 열두 폭 광목에 하나씩 박혀 가는데 항구 술집의 등은 날 샐 때까지 꺼지지 않았네 드디어 애꾸눈 잭의 범선이 출항하는 날 노리호는 열두 개의 예이호를 완성했는데 예이호는 보이지 않았네 어디에도 예이호는 없네 애꾸눈 잭이 노리호와 예이호의 집에 들이닥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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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일상의 닻을 내리다 - 아바나에서 살아가기_2
이런 사실을 새로이 알게 되자 ‘대통령의 거리’에 즐비한 한낱 돌덩어리였던 동상들이, 갑자기 격렬하고 눈부신 삶을 품고 있는 것으로 뒤바뀐다. 마끼나(합승택시)를 타고 깜삐똘리오로 간다. 엘 모로 성의 외곽이 노을에 물들고 있다. 천혜의 만을 끼고 있는 이 바다는 한때 멕시코의 금과 잉카의 은이 모두 모여 스페인으로 보내지는 집결지였다. 이곳에서 범선을 띄우면 바람 길을 따라 스페인으로 간다고 한다. 나는 모든 황금을 모으는 바람을, 그 바람에 휩쓸리는 배와 군인과 해적을 상상한다. 난파된 해적선과 저 유명한 ‘스페인 금화’ 이야기는 할리우드에 남았지만 지금 이 바다는 담담하기만 하지 않은가. 바다는 일종의 유적지다. 터만 남은 신전에서 남은 공간을 떠올려 볼 때처럼 텅 빈 바다를 가득 채우는 범선들을 상상해 본다. 교민 한 분이 ‘쿠바는 외국이 아니라 외계’라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호오(好惡)를 떠나 쿠바는 이상하고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