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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이상하고 아름다운
[2012년 장르소설 특집] 이상하고 아름다운 강지영 얼굴이 붉고 흰 수염이 가슴까지 늘어진 신선이 말했다. “돌아가려면 나를 이기는 수밖에 없네.” 숲은 융단처럼 포근해 보이는 안개가 짙게 깔려 있어 어디든 눅눅했다. 움직이지 않는 것들은 모조리 두터운 이끼로 덮였고 풀잎과 자갈, 날아가는 새의 깃털까지도 흠뻑 젖어 있었다. 으슬으슬 한기가 돌았다. “좋습니다, 그럼 시작하시죠.” 나는 투지를 불태우기 위해 조그맣게 기합을 넣었다. 흰 수염의 신선이 테이블 아래에서 장기판을 꺼냈다. “잠깐만요, 전 장기 둘 줄 몰라요. 다른 거 없어요? 지뢰찾기라든가 오목 같은 거.” 신선이 매끈하게 길이 잘 든 조약돌 몇 개를 장기판 위에 올려놓았다. “걱정 마. 알까기 할 거니까.” 나는 졌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명백한 나의 패배였다. 김 대리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내게 자신의 실적표를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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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이상과 다시 만나다_제3부] 이상 시시비비(토론과 낭독)
〈이상과 다시 만나다〉 권영민의 문학콘서트 첫번째 이야기 www.muncon.net 본 내용은 행사의 주최사인 문학사상사와 공동 서비스중입니다. 제3부 권영민(단국대 석좌교수, 문학사상 주간) 초대손님 : 김연수(소설가) 대담 : 이상 시시비비(是是非非) 토론 및 낭독 : 함돈균(평론가, 안서현(평론가), 나민애(평론가)외 낭독의 초대 초대공연 : 가을방학 특별출연 : 이화영(가야금), 안정아(여창) --- 이상과 다시 만나다 3부 : 이상 시시비비(토론과 낭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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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이상한 도착 외 1편
이상한 도착 김수원 사과야 수박하자, 보채더니 사과꽃 피기 전에 비가 된 사람처럼 있다 젖은 리어카 속에서 우두커니 얘기 좀 할까, 두드리면 그때 그 사과만큼 무겁고 그러니까 수박이다 또 봐, 해놓고 비를 앞세운 때를 놓친 사과다 다시 봐도 수박이라서 사과가 아쉬운 수박은 여기로 오는 계절 사과의 밤으로부터 오는 이상한 얼굴이다 물냉면으로 소주로 파란 줄무늬 컵으로 오동동 골목길로 노래로 바이크로 낮달로, 오늘은 수박으로 누군가 좋아했거나 아꼈거나 즐겼거나 사랑했거나 못 해봤거나 그리워한 것들은 볼 때마다 좋아하거나 아끼거나 즐기거나 사랑하거나 못 하거나 그리워하거나 죽어도 죽지 않는다 낮달을 삼키는 골목처럼 밝아지지 않는 노래처럼 깨뜨린 컵을 또 깨뜨리는 바이크처럼 끊임없이 도착하는 수박인 거다 여기에 없으면서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