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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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견학 - 전소(全燒) 외 1편
견학 이영옥 길가에 작은 새 한마리가 죽어 있다 연한 부리를 꼭 닫고 잿빛 깃털을 바람에 날리며 슬픔을 맛보다가 멈춘 마른 눈물을 달고 작은 영혼이 빠져나간 작은 몸에는 아직 펌프질이 서툰 콩알만 한 심장의 두려움과 제대로 펴 보지 못한 비좁은 어깨의 주눅과 움켜잡을 새도 없이 벌어진 발가락의 포기가 육체를 빠져나오지 못하고 함께 굳어 있다 개미들이 줄지어 와 제발 일어나 보라고 한다 파리들이 날아와 앵앵 조문을 읽는다 작은 새는 어디를 얼마만큼 갔다 와서는 이 벅찬 세상을 다 보았다고 하는가 지저귐을 조잘조잘 허공에 뿌려 놓고 머리에 노란 깃털 모자를 쓰고 아주 신기한 것이라도 본 것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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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전소(全燒) 외 1편
전소(全燒) 이영옥 나는 어느새 화염이 소용돌이치는 쪼개진 면이 되었구나 같은 곳을 가게 될 장작개비는 어깨를 포개며 다시 한 몸이 되고 나를 다녀간 기억들은 한 방향을 잡아 하얗게 말라 가는 중이구나 내가 잠시 재의 몸으로 풀썩거린 것도 無에 이르기 위해서였구나 한순간에 타올라 영원히 꺼지지 않는 것이 불멸이라면 화르륵 全燒할 수 있도록 이제 눈물 거두어야겠구나 나는 너울거리는 꽃불이 되어 가난한 옛집으로 돌아가리라 입 다물지 못한 저 쭈글쭈글한 상처 위에 그믐의 촛농처럼 뜨겁게 흘러 어두웠던 한 생을 아련한 흰빛으로 굳혀 두리라 나는 내가 불 지른 공터에 마지막으로 떠나는 티끌이구나 나를 밀어올린 바람을 거스르지 않고 어둑한 이 저녁을 견뎌야겠구나 이 세상에 먼지의 몸이라도 내리지 말고 나를 태워 바깥을 꿈꾸는 일 다시는 없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