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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고전 에세이_1회] 저잣거리의 이야기꾼, 이옥의 글쓰기
저잣거리의 이야기꾼, 이옥의 글쓰기 — 이옥, 『그물을 찢어버린 어부』, 실시학사 고전문학연구회 편역, 휴머니스트, 2009 정여울(문학평론가) 어른이 되어 진정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마냥 행복할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하고 싶은 일을 한다’고 해서 언제나 행복한 건 아니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에도 권태가 찾아온다. 나도 가끔 그럴 때가 있다. 글 쓰는 일을 사랑하지만, 때로는 들끓던 열정이 고갈되고, 휴식이 필요할 때가 온다. 그럴 때 나는 옛사람들에게 의지한다. 나는 이옥(李鈺, 1760~1815)의 작품에서 항상 ‘글을 쓰는 첫 마음’을 되찾게 해주는 마법을 느낀다. 첫 마음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나는 이옥을 생각한다. 그는 과거 시험에 일곱 번 낙방했다. 실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문체가 괴이하고 격식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수석합격이 취소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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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정영문의 『검은 이야기 사슬』
최근에 한 출판사에 의해 조선의 문인 이옥의 전집이 번역되었다. 그는 소위 문체반정의 표적이 되어 곤란을 겪은 사람이고 그렇다고 그의 문체를 바꾸지도 않았다. 그는 온갖 잡스러운 것에 대해 썼고, 당시에는 금기시되던 육욕에 관한 글도 많이 남겼다. 얼핏, 오로지 잡다한 기호와 취미에 몰두한 것 같으나, 문학의 속성이 기존의 진리를 강조하고 강화하고 덧붙이는 것에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어떤 틈과 사이를 구현하는 것이라면, 그는 매우 선구적인 문학의 길로 이미 들어갔던 것이다. 이옥에 관한 얘기는 여기서 멈추자. 나는 정영문의 『검은 이야기 사슬』에 대해 말해 보고자 한다. 이 소설집이라는 이름으로 발간된 책은 물론 소설집이기도 하지만 내 판단으로는 시집이라는 이름을 주는 게 더 합당할 것 같다. 가령, 보들레르의 『파리의 우울』은 산문시집으로 분류되며 따라서 시에 속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그 속에는 소설이라고 할 만한 것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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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아동청소년문학 「0의 힘」외 6편
0의 힘 이옥근 힘없다고 얕보지 마 혼자는 약하지만 숫자 끝에 붙으면 열 배 백 배 힘센 거인이 되기도 해 우리 친구 준혁이 무시하지 마 바다 바다가 서울로 전학 가던 날 안개가 햇살을 막아 길이 사라졌습니다 시원하게 불어오던 바람도 멈췄습니다 바다가 없는 분교는 정지 화면이 되었습니다 햇볕과 그늘 햇볕과 그늘이 땅뺏기 시합을 한다. 햇볕은 창! 그늘은 방패! 한낮 창이 방패를 뚫어 햇볕이 그늘을 점령한다. 해질녘엔, 창과 방패가 바뀐다. 그늘이 햇볕을 밀어낸다. 저녁이 오면 결국 무승부가 된다. 불씨 오랜만에 모인 친척들의 바비큐 파티 신문지를 구겨 불씨를 만듭니다. 불길이 금세 화르르 살아납니다 신문 속 이야기도 활활 타오릅니다. 한숨으로 무너지다가도 대화의 불길은 어둠을 태웁니다.